[BOOK CAFE]이태관 교수 “생수와 수돗물, 사실 큰 차이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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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0월 11일 07시 00분


■ ‘물 전문가는 어떤 물을 마실까’ 펴낸 이태관 교수

물리적·화학적 처리 거친 생수≠자연수
정수기 물은 산성…알칼리수 보충해야


지금 당신이 먹고 있는 물은 안전한가. 늘 먹는 물이지만 늘 꺼림칙하다. 지갑을 열어 생수를 사서 마시지만 마찬가지다. 과연 어떤 물을 마셔야 할까? 이 질문에 명쾌한 답을 내려준 사람이 있다. ‘물박사’ 계명대 이태관 교수(아래 사진)가 바로 그 주인공. 그는 25년 동안 ‘물과 환경’을 연구하고 가르쳐온 환경학자다. 물에 관한한 돌직구를 날린다.

‘생수를 생수라고 부를 수 없다’, ‘브랜드를 보고 생수를 고를 필요도 없다’ 등 거침없다. 그럼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물’은 어떤 것일까. 물박사는 어떤 물을 마실까. 그를 만나 물에 대한 궁금증을 들어봤다.


- 이 교수는 물 전문가다. 어떤 물을 마시는가.

“생수도 먹고 정수기 물도 먹는데, 학교와 집에서는 정수기 물을 마신다. 정수기는 학교와 집에서 쓰는 게 다르다. 집은 서울이고, 학교는 대구에 있기 때문이다. 서울은 대규모 공업단지가 없어 환경호르몬과 같은 유해물질이 원수에 녹아들어갈 일이 비교적 적다. 따라서 중공사막 방식을 적용한 정수기를 통해 미네랄이 살아있는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반면 낙동강을 원수로 사용하는 대구는 구미공단, 김천공업단지 등이 있어 매일 2000여 종의 화학물질이 배출된다. 따라서 이 모두를 아예 증류수이자 산성수를 만들어주는 역삼투압 방식 정수기를 선택한 것이다.”

- 정수기 물은 믿고 마실 수 있나.

“정수기의 문제는 물이 산성화되는 점인데, 이것은 필터 방식의 문제다. 가장 대중적으로 쓰이는 역삼투압방식은 수돗물 속의 바이러스와 미립자, 녹까지 거침없이 제거해준다. 문제는 물속의 이로운 성분들까지 제거함으로써 이산화탄소가 쉽게 물에 녹게 만들어 물을 산성화시킨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성수를 꾸준히 마시되 가끔은 알칼리수를 마셔서 산성화된 몸을 중성으로 맞춰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 우리나라 수돗물의 문제는 무엇인가.

“응집제인 알루미늄과 과도한 염소 소독 처리가 문제다. 알루미늄이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 물질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일본과 프랑스에서는 되도록 알루미늄 대신 철을 응집제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철을 쓰면 물이 빨갛게 변색된다고 해서 꺼리는데, 그야말로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꼴이다. 염소 소독도 문제다. 기준이 정해져 있긴 하지만, 그대로 지켜지는가에 대해서는 나뿐만 아니라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를 하고 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물 관리의 문제점을 거침없이 지적해 나갔다. 복잡한 상수도 관리체계가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현재는 ‘믿고 마실 물이 별로 없다’고도 했다. 생수에 대해서도 따끔한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생수를 생수라고 부를 수도 없다는 말도 쏟아냈다.

- ‘생수를 생수라 부를 수 없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생수(生水)란 말 그대로 살아있는 물, 즉 자연 상태의 자연수(自然水)를 의미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생수는 어떤 형태로든 원수에 물리적 처리를 가한 다음 시판을 하기 때문에 사실상 자연수라 할 수 없다. 사실 옳은 명칭은 ‘먹는 샘물’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물리적 처리에다 화학적 처리인 오존 처리까지 허용한다. 물리적 처리에 화학적 처리까지 한다는 점에서만 보면, 생수와 수돗물은 사실상 큰 차이가 없다.”

- 시판되는 생수 브랜드가 많다. 생수를 선택하는 기준은?

“다양한 브랜드의 생수들이 시판되고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서로 다른 브랜드인데 수원지는 같은 생수가 제법 있다. 같은 수원지에서 퍼온 물이 다른 회사의 옷을 입고 판매되는 것이다. 더 황당한 것은 여러 수원지에서 끌어올린 물을 하나의 브랜드로 포장해서 생산하는 경우다. 결국 우리의 선택을 좌우하는 것은 상품의 내용인 물이 아니라 겉 포장지에 불과하다. 단, 예외도 있다. 제주시 조천읍의 수원지에서만 생산하는 ‘S수’와 강원 고성군 앞바다에서 독점적으로 생산하는 ‘C’ 제품이 바로 그것이다. 이 둘을 제외하면 생수 구매 시 고민할 이유가 별로 없다.”

그럼 우리나라 물의 미래는 어떤가. 이 교수는 “수자원 관리를 일원화하고, 수돗물 정수 방식을 바꾸고, 재처리수를 적극 활용하는 등 정책적 뒷받침만 된다면 수돗물도 마음 놓고 마실 수 있을 만큼 수자원이 풍부하고도 우수하다”고 말했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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