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벌써 문 열린 3D프린팅 패션의 신세계…상상 뛰어넘는 ‘쿠튀르 혁명’ 불붙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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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아의 스타일포스트

네덜란드 출신의 패션 디자이너 이리스 판 헤르펀이 올해 프랑스 파리의 봄·여름 오트쿠튀르쇼에서 선보인 3D 프린팅 의상. 인터패션플래닝 제공
네덜란드 출신의 패션 디자이너 이리스 판 헤르펀이 올해 프랑스 파리의 봄·여름 오트쿠튀르쇼에서 선보인 3D 프린팅 의상. 인터패션플래닝 제공
내가 머릿속에서 그린 물건을 그 자리에서 곧바로 제품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어떨까.

상상만으로도 신나는 일이다. 그런데 이런 상상이 실제로 이뤄지는 세상이 됐다. 그 중심에 3차원(3D) 프린터가 있다. 컴퓨터 문서를 인쇄할 때 주로 사용하는 2차원(2D) 프린터는 잉크를 흩뿌려 그림이나 글씨를 찍어 내는 반면, 3D 프린터는 정교한 수치와 계산을 통해 프로그래밍된 디자인대로 재료를 조금씩 쌓아 가면서 제품을 완성한다. 한 층 한 층 블록을 쌓아서 탑을 만드는 원리와 비슷하다.

3D 프린팅과 같은 첨단기술의 발전은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패션 분야에서 이 기술은 새로운 원단이나 소재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차원의 패션 디자인을 시도하는 것을 넘어 옷을 만드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작품으로 유명한 네덜란드 출신의 패션디자이너 이리스 판 헤르펀은 올해 초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봄여름 오트쿠튀르 쇼에 내놓은 의상 11벌 중 두 벌을 3D 프린팅으로 제작했다. 2D 패턴 소재에서 실현할 수 없었던 입체적이고 시각적인 촉감을 느낄 수 있는 옷이었다. 실용성이 없는 ‘예술 작품’에 가까워 보였지만 소장하고 싶은 옷으로서의 가치는 충분했다. 그는 또 네덜란드 출신의 건축가 렘 콜하스와 협업해 만든 12켤레의 3D 프린팅 구두도 공개했다. 이 구두는 나무뿌리를 모티브로 디자인됐다. 평론가들은 “자연 특유의 다듬어지지 않은 기이하고 기하학적인 구조를 제대로 표현했다”라고 평가했다.

디자이너 브라이언 가렛이 희토류 자석 소재로 만든 3D 프린팅 액세서리.
디자이너 브라이언 가렛이 희토류 자석 소재로 만든 3D 프린팅 액세서리.
3D 프린팅 기술은 패션에 예술성을 불어넣는 것 외에 의상 제작을 한층 쉽게 해주고 있다. 특히 패션 액세서리의 경우 개인의 취향을 그대로 반영하기에 3D 프린터만큼 유용한 장비가 없다.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하면 아주 정교한 단위까지 디자인을 조절할 수 있다. 클릭 몇 번만으로 원하는 디자인을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은 소비자가 디자인에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3D 프린터 전문 기업인 스트라타시스의 아리타 맷소프 부사장은 “3D 프린팅은 패션 분야의 진정한 창의력을 이끄는 원동력”이라며 “디자이너는 기존 제조 방식의 제약에서 벗어나 3D 프린팅을 통해 자신이 상상하는 모든 것을 제작할 수 있으며, 바로 이 점이 3D 프린팅이 향후 주목받게 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제 디자인 아이디어와 3D 프린터를 다루는 기술만 있다면 누구나 디자이너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다. 나만의 감성 코드를 담은 ‘나만의 것’을 소유하는 게 가능한 시대가 된 것이다.

디자이너의 감성이 담긴 제품을 구매하면서 내가 원하는, 나만을 위한, 내게만 있는 디자인과 제품으로 희소성을 부여하는 3D 프린팅 기술은 한 땀 한 땀 손으로 만드는 쿠튀르(couture·유명 디자이너 의상)에 새로운 세계를 열어 주고 있다.

황선아 인터패션플래닝 트렌드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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