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바타 쇼지 “무라카미 하루키는 나쓰메 소세키의 1980년대판 분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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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타 쇼지 교수 화제의 책 국내 출간… 허무함-억압사회 비판 등 유사점 많아

‘현대 일본의 인기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1949∼ )는 일본 근대 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나쓰메 소세키(1867∼1916)의 1980년대 판 분신이다.’

시바타 쇼지 일본 도쿄외국어대 종합국제학연구원 교수는 최근 국내 번역된 ‘무라카미 하루키와 나쓰메 소세키 다시 읽기’(늘봄)를 통해 흥미로운 주장을 펼쳤다. 시바타 교수는 이 책에서 “거대 담론이 종식된 넓은 의미의 ‘포스트모던’한 일본적 현실을 인식하고 대응하는 방식에서 두 작가가 매우 유사하다”고 말했다.

시바타 교수는 당대 일본의 현실에 대한 인식에서 두 작가의 대표적인 유사점으로 주인공에게서 묻어나는 ‘허무함’을 꼽았다. 그는 소세키의 대표작 ‘마음’이나 하루키의 장편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주인공에게서 나타나는 외로움과 방황이 1904∼05년 러일전쟁(소세키)과 1960년대 반체제 운동(하루키)이라는 거대담론 종언 이후 일본인이 느꼈던 공허함을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두 작가의 공통점은 일본의 현실에 대한 대응에서도 드러난다. 소세키가 ‘그리고 나서’ ‘문’ 등의 작품에서 주인공이 남의 여성을 빼앗는 설정을 통해 제국주의 일본의 아시아 침략을 비판하려 했다면, 하루키는 ‘양을 둘러싼 모험’ 등에서 시스템에 의해 주체성을 뺏긴 인물을 통해 1970년대 이후 본격화된 정보화 사회의 억압성을 비판했다는 것. 과거 침략으로 피해를 본 한국(소세키)과 중국(하루키)이란 타자에 대한 반성적 인식도 마찬가지다.

이 책을 번역한 권연수 세명대 교수(일본어학)는 “두 작가가 조국 일본을 바라본 관점과 이를 작품 안에서 어떻게 투영했는지를 추적해 기존 논단의 도식적 이해를 비틀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무라카미 하루키#나쓰메 소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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