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남편이 떠난뒤 남겨진 책들… 그 속에서 길어올린 추억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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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서가/신순옥 지음/276쪽·1만3500원/북바이북

2년 전 44세의 젊은 남편이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난 뒤 아내는 남편이 남긴 엄청난 책들을 정리하려 한다. 하지만 거실과 아이들 방을 점령하다시피 한 책들을 차마 치우지 못했다. 6개월이 지나서야 아내는 남편이 남긴 책들을 통해 과거의 기억을 풀어내는 글을 써 나간다.

남편은 출판전문잡지 기자로 시작해 평생을 책과 함께 살아온 출판평론가 최성일 씨. 그는 생전에 아내의 글 솜씨를 가끔 칭찬했다고 한다. 전업주부로 살아왔던 아내는 남편과 주고받은 대화를 그대로 적고 남편의 심정을 솔직하게 헤아려 담담하게 옮겼다. 절절한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를 하나하나 서술하진 않았지만 뭉클한 대목이 여러 군데다.

책은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도 부끄럽다고도 적었다. “마치 이런 글을 쓰기 위해 남편을 보낸 것 같아 미안한 마음 어쩌질 못하겠다”고…. 하지만 저자는 책 출간에 가장 기뻐할 사람이 남편일 것이라고 말한다. 해마다 남편이 보내던 카드에 답장조차 하지 않았던 그는 살아 있을 때 연애편지라도 한 통 더 쓸 걸 그랬다며 아쉬워한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받은 남편의 카드에 대한 뒤늦은 답장을 머리말로 시작한다.

저자에게 남편이 떠난 뒤 남겨진 책들은 남은 이의 상실감을 덜어내고 가족의 지난 이야기를 길어 올리는 매개체다. 병상에 계신 친정아버지 곁에서 아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던 하루, 남편을 ‘후배 오빠’라고 부르며 연애할 때 주고받던 책의 주인공 이야기도 돌아본다.

떠난 이에 대한 그리움은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 유치원 학예회에서 ‘아빠 힘내세요’ 노래에 맞춰 율동하는 아들을 본 저자는 건강한 방식으로 아빠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그래서 아빠에게 편지를 쓰게 하며 죽음을 대면하도록 한다.

죽음에 유별스럽게 집착하는 것이 아닐까 마음이 무거웠던 저자도 책 ‘애도’(베레나 카스트 지음)의 한 대목을 읽고 위로받는다. “누구를 위해, 얼마 동안 애도해야 하는지는 어떤 원칙도 정해져 있지 않다. 우리가 어느 대상에 감정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면 우리는 바로 그만큼 슬퍼해야 한다.”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
#남편의 서가#책#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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