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강의 동영상의 힘… 온세상이 학교가 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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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짜로 공부한다/살만 칸 지음/김희경 김현경 옮김
312쪽·1만4000원/알에이치코리아

아프리카 시골 마을에 사는 소녀에게서 암 치료제를 개발할 잠재력을 발견하고, 오세아니아 섬에 사는 어부 아들에게서 해양자원 보존에 관한 통찰력을 얻는다.

저자 살만 칸은 이 모든 것이 동등한 교육의 기회에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인도와 방글라데시 출신의 부모를 둔 그는 미국에서 태어나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수학 전기공학 컴퓨터과학을 공부하고, 하버드 경영전문대학원(MBA)을 나온 금융맨이었다.

그가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사촌동생들에게 수학 과외를 해주면서부터. 멀리 사는 사촌들에게 일일이 화상 채팅으로 과외를 해주다 시간 맞추기가 어려워지자 아예 유튜브에 강의 동영상을 올렸다. 그러자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중동에서 e메일이 쏟아졌다. 종교적 이유로 학업을 금지당한 여성이 그의 동영상을 통해 난생처음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인종 차별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던 흑인 학생이 우등생으로 대학에 진학하기도 했다.

저자는 본격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2008년 비영리 교육재단인 ‘칸 아카데미’를 창립했다. 이곳의 강의는 핵심적 내용만을 간추렸기 때문에 동영상 하나가 15분 안팎이다. 여느 학교처럼 40∼60분간 꽉 찬 주입식 교육이 이뤄지는 게 아니라 짧은 강의 뒤 ‘진짜 공부’는 학생의 재량에 맡기는 식이다.

이 책은 칸의 자유로운 교육 모델을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시범학교에 도입한 실험 사례를 소개하고 있어 흥미를 더한다. 학습 속도가 느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칸 아카데미식 교육을 한 결과 성적이 향상됐다는 것이다.

공부를 잘하거나 못하거나, 아이 공부와 관련해 고민 없는 사람은 없는 게 우리 현실이다. 책의 사례들은 시험이나 학년 구분도 없어 입시 위주로 짜인 우리네 교육제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교사에서 학생으로 전달되는 하향식 교육모델을 통렬히 비판한 저자는 현장 실험을 거친 뒤 최종적으로 ‘한세상학교(One World Schoolhouse)’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동등한 배움의 기회를 가짐과 동시에 타인을 가르칠 수도 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나는 공짜로 공부한다#인터넷 강의#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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