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세련된 하이엔드 패브릭 매력에 한국 마니아들 빨려들어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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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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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응복 텍스타일 디자이너

전통적인 패턴에 화사한 파스텔톤을 입힌 침구, 쿠션, 커튼 등 패브릭 제품으로 입소문을 탄 텍스타일 디자이너 장응복 씨. CJ오쇼핑 제공
전통적인 패턴에 화사한 파스텔톤을 입힌 침구, 쿠션, 커튼 등 패브릭 제품으로 입소문을 탄 텍스타일 디자이너 장응복 씨. CJ오쇼핑 제공
다양한 패브릭 제품을 활용해 한국적이면서도 세련되고 모던한 공간 디자인을 선보여온 장응복 텍스타일 디자이너를 경기 과천시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반얀트리를 비롯해 국내외 다수의 특급호텔과 최고급 아파트의 패브릭 디자인을 총괄해온 디자인 회사 ‘모노콜렉션’의 대표다.

사실 일반 대중에게 모노콜렉션이 입소문을 탄 것은 공간 디자인보다는 주문 제작 방식에 기반한 하이엔드 패브릭 제품 덕분이었다. 홍익대 미대를 졸업하고 1985년 모노콜렉션을 설립한 장 씨는 서울 청담동, 부암동 등에 부티크를 열고 주문 제품에 한해 최고급 소재로 침구류를 제작해 왔다. 알음알음 찾아온 알 만한 기업가나 유명인들이 그의 고객이었다. 철저하게 고급 시장을 대상으로 한 작업이었지만 관심을 갖는 이들이 점차 늘면서 2011년부터 CJ오쇼핑과 협업해 매스티지 침구 브랜드 ‘복(bogg)’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텍스타일 디자이너’란 게 생소하게 느껴지는데….

“국내에서는 사실상 그렇다. 텍스타일 디자이너로 고유의 브랜드를 갖고 있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아직도 해외 브랜드 수입품들이 주를 이루는 것이 현실이다. 원단을 다룬다는 점에서 스스로를 ‘텍스타일 디자이너’라고 소개하지만 좀더 넓게는 ‘소프트 인테리어’를 추구한다고도 할 수 있다. 딱딱한 물성을 가진 가구, 값나가는 소품 대신 패브릭을 통해 사람에게 좀더 유기적이면서도 실용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부드러운 공간 디자인을 한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오랫동안 하이엔드 제품만 다뤄왔는데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어떤 것인지….

“하이 부티크와 남대문은 ‘눈썹 하나’ 차이다. 우리 제품이 카피가 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지만 안감이 다르다. 좋은 제품은 드러나는 곳보다 오히려 안 보이는 부분에 더 신경을 쓴다.시대를 막론하고 디자인이 공감을 받는다면 그 상품은 명품이다. 모노콜렉션이 지향하는 것도 명품을 만드는 것이지 비싼 걸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다.”

―꽃신, 산수, 십장생 등 전통적인 패턴에 화사한 파스텔 톤으로 유명하다. 디자인 모티브는 어디에서 주로 찾나.

“한국적인 정서와 우리의 스토리를 동시대의 감각으로 재해석을 하는 것이 디자이너로서의 주된 모티브다. ‘앤틱’이 유행이지만 동시대인에게 공감을 못 받고 팔리지 않는 디자인은 실패다. 사실 디자인을 처음 할 때는 한국적이라는 것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었다. 우리 유물이나 책, 문학을 바탕으로 장기간 연구에 노력을 기울였고 1년에 두 번은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시행착오에 대한 조언, 평가를 받으며 발전시켜왔다. 모노콜렉션 초창기엔 매장에 온 손님들이 예쁘다고 감탄하며 ‘어디 거냐’고 물었다. 유럽 수입 제품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인데 ‘한국 거고 제가 만들었다’고 하면 돌아나가는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그 사이에 한국적인 것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했다. 한국 전통미란 게 세계적으로도 이제 막 드러나는 단계다.”

―홈쇼핑 브랜드이자 모노콜렉션의 세컨드 브랜드인 ‘복(bogg)’을 CJ오쇼핑에 론칭해 인기를 끌고 있다. 일반 홈쇼핑 침구 브랜드보다 서너 배 비싸지만 누적 300억 원 매출을 올리고 있는데….

“기존 모노콜렉션이 추구하던 가치가 ‘홈쇼핑 브랜드’란 이미지와 상충할까봐 걱정이 컸지만 또 다른 보람과 즐거움이 있다. 예를 들어 모노콜렉션 제품이 천 조각을 이어붙인 패치워크로 돼 있다면 ‘복’은 똑같은 디자인을 프린트해 대량생산한다. 기존 제품의 20% 정도 가격에 80%의 즐거움과 맛을 똑같이 즐기는 게 대량생산의 묘미다.

―앞으로의 계획과 꿈이 있다면….

“CJ오쇼핑과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차후 중국을 비롯한 해외 마켓도 공략할 예정이다. 디자이너로서는 한국적인 것을 지켜나가려는 노력도 계속할 것이다. 오방색 등에서 보듯이 우리 선조들은 색을 정말 잘 썼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요즘은 패브릭 트렌드도 무채색이 인기다. 하지만 ‘복’의 다양한 컬러들이 폭넓은 대중에게 인기를 끄는 것을 보면서 놀라우면서도 새 가능성을 찾은 기분이다. 럭셔리, 프리미엄, VIP도 모자라 VVIP 마케팅까지 넘쳐나는 시대지만 진짜 명품, 정말 값진 것은 전통에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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