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에 뜬 茶室… 석기시대 UFO?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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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고려대에서 후지모리 ‘야방가르드’ 건축세계 조명

공중에 매달아 놓은 차실 소라도부도로부네(2010년). ‘하늘을 나는 진흙배’라는 뜻인데 안으로 들어가려면 사다리를 놓고 3m 넘게 올라가야 한다. 후지모리 데루노부 교수 제공
공중에 매달아 놓은 차실 소라도부도로부네(2010년). ‘하늘을 나는 진흙배’라는 뜻인데 안으로 들어가려면 사다리를 놓고 3m 넘게 올라가야 한다. 후지모리 데루노부 교수 제공
공중에 붕 떠 있는 차실(茶室), 학의 다리처럼 가느다란 나무기둥 위에 올린 암자, 지붕 전체를 풀과 나무로 덮은 집….

토속적이면서도 낯선 건축언어로 ‘앞선 야만’, 혹은 ‘야방가르드(야만의 일본어 발음인 야방+아방가르드)’ 건축가로 불리는 후지모리 데루노부 도쿄대 명예교수(67·사진). 그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심포지엄 ‘후지모리 데루노부의 건축세계’가 29일 오후 3시 서울 고려대 자연계캠퍼스 하나스퀘어 강당에서 열린다. 고려대 건축학과와 공학기술연구소, 한국건축역사학회가 공동 주관하는 행사로 한국연구재단이 후원한다. 건축사 연구로 유명했던 후지모리 교수는 45세에 건축설계에 뛰어든 이후 자연 재료로 마감하고, 지붕에 초목을 심으며, 단순 기술을 이용한 수작업을 도입한 20여 개 작품을 통해 독특한 건축세계를 선보였다.

야방가르드 건축의 절정을 보여주는 작품이 ‘하늘을 나는 진흙배’라는 뜻의 소라도부도로부네. 2010년 고향인 나가노 현 지노시미술관 앞마당 지주에 철선으로 매달아 놓은 차실인데, 석기시대에서 날아온 미확인비행물체(UFO) 같다. 위엔 토속의 너와지붕 느낌이 나도록 동판을 접어 올리고 아래쪽 몸통은 진흙을 입혔다. 그의 독특한 건축세계에 대해 올해 프리츠커상 수상자 이토 도요는 “토착적일 뿐만 아니라 미지의 세계에서 날아와 착지한 듯하다”고 평가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후지모리 교수가 ‘건축과 자연의 관계’를 주제로 강연하고 김현섭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가 ‘후지모리 건축에 나타난 자연성과 인위성의 충돌에 관하여’를 발표한다. 김 교수는 “원폭과 패전이라는 인공재앙, 지진과 쓰나미라는 자연재해를 경험한 일본인의 폐허에 대한 트라우마는 심원한 듯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후지모리의 방법론 중 하나가 원시의 토착 건축에 뿌리를 두고 일본의 자연주의 토속신앙과 연계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후지모리 데루노부#도쿄대 명예교수#야방가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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