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불교-치마불교에 갇히면 불교는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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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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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신자 35만의 최대 신행사찰… 천태종 부산 삼광사 주지 무원 스님

머뭇거림 없는 웃음이 귀한 시절이다. 무원 스님은 “물질이 풍요로워질수록 정신문화 복지가 더욱 절실하다”면서 “소외된 이들과의 나눔이야말로 이 시대에 필요한 진정한 불공(佛供)”이라고 했다. 삼광사 제공
머뭇거림 없는 웃음이 귀한 시절이다. 무원 스님은 “물질이 풍요로워질수록 정신문화 복지가 더욱 절실하다”면서 “소외된 이들과의 나눔이야말로 이 시대에 필요한 진정한 불공(佛供)”이라고 했다. 삼광사 제공
―천태종 총무원장 직무대행을 하다 사찰 주지로 왔다. ‘물’ 먹은 것 아닌가.

“뭘 그런 걸 다 물어. 허허.”

―2년 가깝게 총무원장 대행을 했는데 야속하지 않았나.

“그거야 뭐, 더 수행하고, 부처님 일 많이 하라는 가르침이겠지.”

―부산 삼광사엔 연고가 있나.

“이전에 삼광사 모태가 된 광명사에서 작은 소임을 맡은 적이 있다. 6개월 정도 했나….”

―그럼 완전 ‘낙하산’ 아닌가.

“왜 그래, 또. 부산 지역이 종단에서 워낙 중요하니 열심히 봉사하라는 의미지.”

관운장의 검미(劍眉)와 세간에서 보기 드문 파안대소(破顔大笑), 지나친 농도 기꺼이 품는 넉넉함까지…. 7일 부산 부산진구 초읍동 대한불교천태종 삼광사. 주지로 최근 취임한 무원 스님(54)은 변함이 없었다.

1979년 출가한 스님은 황룡사, 명락사 주지를 지냈고 총무원 사회부장 총무부장을 거쳐 원장 직무대행을 맡는 등 종단 내 주요 소임을 두루 경험했다. 다문화운동과 남북교류 등 불교의 사회화에 주력해 왔다.

삼광사는 등록 신도만 35만 명에 이르고 매월 초하루 법회에 1만3000여 명이 찾는 불교종단 최대의 신행(信行) 사찰이다. 그러면서도 스님은 고작 10명이다.

―신도보다 스님이 더 많은 사찰도 있다는데, 10명으로 큰 절집 살림을 어떻게 꾸려가나.

“신도회 간부만 3000여 명이다. 스님들은 방향만 잡아주면 된다. 천태종은 승속(僧俗)이 함께 사찰을 운영하기 때문에 재정과 행정 모두 투명하게 운영될 수밖에 없다.”

―불교 최대 종단인 조계종에서도 천태종을 배워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대부분의 스님은 수행하고, 신도들이 포교와 사판(事判·행정)의 중심에 서는 게 맞다.”

―주지로 있던 명락사는 대표적인 다문화사찰이 됐다. 삼광사는 어떤가.

“부산은 전통적으로 불심(佛心)이 강한 지역이다. 다문화운동을 포함한 사회적 나눔 활동을 강화하겠다. 신도들도 봉사하는 불교를 기다려 왔다고 생각한다.”

―불교가 이른바 주지 중심의 ‘주지 불교’, 나이 든 여성 신도들의 시주로 운영되는 ‘치마 불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가능하다. 여기서 벗어나지 않으면 불교가 죽는다. 할머니들이 현금으로 주는 ‘서까래 시주’에 기대서는 안 된다. 법인을 만들어 돈의 쓰임새를 투명하게 공개해 젊은 신도들에게 믿음을 줘야 한다. 모든 종교는 젊어지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주지실을 나와 지관전으로 향하는 길목에 칼바람이 불어왔다. 1만 명 이상이 함께 법회를 할 수 있다는 불당 정면에는 태극기가 걸려 있다.

―불당에 태극기라?

“대한불교천태종을 중창한 상월원각(上月圓覺·1911∼1974) 대조사의 가르침을 따른 것이다. 애국, 생활, 대중 불교가 종단의 3대 지표다. 법회 중 대통령의 운수대통과 남북의 평화적 통일, 군경 장병의 무운장구도 기원한다.”

―대통령의 운수대통 기원은 좀 어색하지 않나.

“그렇지 않다.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이끄는 선장이다. 바른 운으로 잘 이끌어 달라는 바람이다.”

―천태종은 최근 급성장했다.

“신도 수는 250여만 명, 스님은 550명 정도다. 3년 행자 생활이 힘들어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 스님 되기 쉬우면 심성 계발이 안 되고, 그 상태에서 대중과 만나면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천태종 신행 생활의 특징은 뭔가.

“우리 종단은 주경야선(晝耕夜禪), 낮에는 자신의 일을 하고, 밤에는 자신을 찾아가는 수행에 전념한다. 삼광사의 경우 수행 기간에는 저녁 시간에 3000여 명이 찾아온다. 기도하면 희망과 용기를 얻을 수 있고, 한번 그 ‘맛’을 보면 계속하게 된다.”

―최대 사찰에서 주지 하는 재미는 어떤가.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 삶 속에서 비움, 공(空)을 찾고, 공의 마음을 세상과 나누려고 한다.”

―불교는 세상과 더불어 사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많다. 위기라는 말도 있다.

“부처님은 깨달은 뒤 남은 생을 중생과 함께했다. 그 정신이 불교다. 축구에서 공격이 최선의 수비라는 말도 있다. 그런 절박한 마음가짐으로 사회활동을 펼쳐야 한다. 이제 종교 단체는 잘 살고, 잘 놀고, 잘 나누는 테크닉을 가르쳐 줘야 한다. 삼광사를 ‘힐링 사찰’로 바꿔 가고 싶다.”

부산=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천태종#무원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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