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과 낭만 가득한 조선시대 ‘빨간책’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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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 풍속화와 춘화’전

혜원의 화풍으로 전해지는 ‘건곤일회첩’의 그림. 갤러리 현대 제공
혜원의 화풍으로 전해지는 ‘건곤일회첩’의 그림. 갤러리 현대 제공
지체 높은 양반가의 두 여인네가 정신없이 책에 빠져 있다. 촛불 아래 펼쳐진 책을 살펴보니 춘화첩이다. 초가집 대청마루에서 애정 행각을 즐기려는 노년의 부부가 있는가 하면, 보름달 버드나무 밑에는 전라의 남녀가 보인다.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 현대에서 새해 첫 전시로 기획한 ‘옛 사람의 삶과 풍류-조선시대 풍속화와 춘화’전에 등장하는 그림들이다. 15일∼2월 24일 갤러리 현대의 본관과 두가헌 갤러리에서는 풍속화와 춘화 8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다.

19세 이상 관객들만 볼 수 있는 춘화 코너의 경우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의 화풍으로 각기 전해오는 ‘운우도첩’(19세기 전반)과 ‘건곤일회첩’(1844년경)의 원화 15점이 처음 공개된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혜원의 경우 도화서에서 춘화를 그리다 쫓겨났다는 것이 정설”이라며 “이 때문에 어떤 문인도 혜원 작품에 대한 평가를 남기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명지대 이태호 교수는 도록에서 “때로는 해학적이면서 낭만이 흐르고, 때론 과장하지 않고 가식 없는 에로티시즘이 우리 춘화의 감칠맛이자 아름다움”이라고 설명했다.

풍속화로는 공재 윤두서, 관아재 조영석, 긍재 김득신 등 조선 후기 화가들의 격조 있는 그림 10점과 대중에게 첫 공개되는 심전 안중식의 병풍 ‘평생도’가 전시된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등 해외 박물관에 가장 많은 풍속화가 소장된 평민 출신 화가 기산 김준근(19세기 중엽∼20세기 초)의 미공개 작품 50점도 볼거리다. 조선 최초의 개항장으로 외국 선박이 드나들었던 원산에서 활동한 기산은 외국사람들이 기념품으로 사가는 ‘수출 풍속화’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3000∼5000원. 02-2287-3591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풍속화#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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