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2013]중편소설 ‘이교도’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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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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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 빠져들만큼 인물에 대한 천착 남달라

조남현 씨(오른쪽)와 구효서 씨.
조남현 씨(오른쪽)와 구효서 씨.
본심에 올라온 여섯 편을 읽었다. 서사력이 문제였다. 최근 종종 논란이 되고 있는 서사력 문제가 신춘문예 응모작에서도 예외 없이 드러났다. 서사력은 말 그대로 힘(力)이어서 권력화 될 수 있다. 그에 대한 대응으로서의 서사력 무력화 전략이 의미를 갖게 된다. 이것은 서사력 무용론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기 때문에, 서사력 미흡이 무력화 전략으로 간주되거나 미화될 수 없다.

‘형식주의자’는 자동기술법도, 의식의 흐름 기법도 아니면서 그것처럼 보이게 썼다. 치기가 패기로 읽히려면 어떤 게 더 필요할까 고민하길 바란다. ‘아름답고 비정한 나의 이웃들’은 시점이 불안하고 내레이션이 수다로 흐른 흠이 보인다. 비정하기만 하고 아름답지 않아서 그 좋은 입심이 그만 빛을 내지 못했다. 서사력이 돋보이는 ‘발신자 표시제한’은 안타깝게도 흔한 방식의 내용전개 때문에 서사력에서 얻은 점수를 깎아먹고 말았다.

뭉크의 ‘사춘기’를 떠올리게 하는 독특한 감성의 ‘소파 위의 개’는 기대작이었으나 개 사육장이라는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폭력과 무기력의 대비가 지나쳤다. ‘신의 희작’에 관한 3개의 주석’은 발상과 형식이 흥미로웠다. 그런데 다름 아닌 그 발상과 형식이 소박한 오마주적 결말과 서사 조형능력 부족에서 기인했다는 게 유감스러웠다. 지금까지 거론한 작품이 선정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한 편의 당선작만을 내야 하기 때문이었다. ‘이교도’는 서사의 강점을 발휘했다. 푹 빠져들 만큼 인물에 대한 천착이 남달랐다. 다만 세속적 성공에 초연하다 하여 ‘루저’나 예비범법자 취급을 하는 세태를 꼬집는 방식에 새로울 건 없었다. 정진해야 할 숙제로 남긴다.

조남현 문학평론가, 구효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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