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빈대떡 신사’ 눈물 흘리는 12月, 男18%, 女16%가 최악의 달로 꼽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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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1, 1, 8, 10, 9, 3, 2, 6, 4, 7, 5.

이 숫자들은 무엇을 뜻하는 걸까. 가만히 살펴보면 숫자는 1부터 12까지 모두 12개다. 눈썰미 있는 독자들은 이미 눈치를 챘을 수도 있겠다. 12월, 11월, 1월…. 그렇다면 그 순서를 무슨 근거로 정한 것일까.

○ 나이들수록 “연말이 괴로워”


동아일보 주말섹션 ‘O₂’는 11, 12일 SK마케팅앤컴퍼니의 ‘틸리언패널’ 1000명을 대상으로 짤막한 설문조사를 했다. 질문은 이랬다. “2012년, 당신에게 최악의 달은 언제입니까?” 맨 위의 숫자는 가장 많은 사람이 ‘최악의 달’로 지목한 순서다. 응답자들은 채 절반도 지나지 않은 12월을 올해 최악의 한 달로 선택했다. 가정의 달인 5월은 가장 적은 상처를 남겼다.

12월은 남성(18.2%)과 여성(16.6%)에게 공히 최악으로 꼽혔다. 애초엔 크리스마스나 연말의 분위기로 만족도 상위권에 오를 것으로 기대됐지만 현실은 달랐다. 물론 한 해 동안의 회한이 교차하는 데다 새해의 시작에 대한 압박감도 있어 연말이 괴로울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당장의 상황이 가장 힘들다고 느껴진다는 사실의 반영일 수도 있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12월을 싫어했다. 가는 세월이 원망스러운가보다. 50대(21.1%)는 12월을 가장 미워했다. 20대(15.3%) 30대(17.3%) 40대(18.2%)에서도 12월보다 많은 표를 받은 달은 없었다.

전반적으로 성별, 연령대별 차이가 크진 않았다. 그 대신에 몇 가지는 눈에 띈다. 우선 여성들(10.4%)은 남성들(5.5%)보다 올 9월에 대한 기억이 훨씬 좋지 않았다. 추석 명절이 끼어 있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연령대별로는 20대와 50대가 주로 대척점에 섰다. 3월(20대 8.9%, 50대 5.6%)과 9월(20대 10.0%, 50대 5.6%)은 20대가 더 싫어하는 달이었다. 반면에 여름휴가 시즌인 8월(20대 7.9%, 50대 12.2%)은 50대의 눈 밖에 났다.

○ 기준은 ‘돈’

그렇다면 응답자들은 왜 특정한 달을 유독 최악이었다고 했을까. 1위는 ‘금전적 손해’(20.2%)였다. ‘주식 폭락’ ‘임금 동결’ ‘임금 체불’ ‘전월세 폭등’ ‘자동차 사고’ 등으로 재정상태가 흔들린 것은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하는 기억이다. 특히 이는 나이가 들수록 정도가 더 심했다. 50대의 28.9%, 40대의 22.0%가 금전적 이유 때문에 최악의 달로 뽑았다. 30대와 20대는 같은 답변이 각각 19.7%와 14.7%였다.

2, 3위는 ‘업무성과 미흡·중요한 시험에서의 부진’(15.0%)과 ‘휴가 취미 자기계발 등 개인사적 일에서의 실망’(13.8%)이었다. 이에 관해서는 ‘승진시험 낙방’ ‘이직 실패’ ‘비효율적 반복 업무’ 등 직장인들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답변이 많았다. 전체로 봐선 ‘직장 동료와의 갈등’(9.9%)이 ‘배우자 또는 애인과의 갈등’(7.5%), ‘부모(시댁, 처가 포함)·형제·자녀와의 갈등’(5.0%)보다 심각했다. 연애를 많이 하는 20대만큼은 ‘배우자 또는 애인과의 갈등’(13.7%) 때문에 최악의 달로 선정한 응답자가 훨씬 많았다. 명절이나 기념일 스트레스는 50대(11.1%)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특이하게도 월별로 그달이 최악으로 꼽힌 배경이 모두 달랐다. 금전적 손해는 공통적으로 많이 언급됐지만 5월(32.4%)과 9월(30.3%)이 특히 비율이 높았다. 1, 2, 12월을 꼽은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명절·기념일 스트레스’를 많이 얘기했고, 3월과 8월을 선택한 사람들 중에 ‘중요한 계획의 취소나 연기’를 이유로 든 사람이 각각 9.0%, 8.1%였던 것도 눈에 띄었다.

○ 나의 적은 나

누구나 올 한 해 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고통받고, 또 좌절을 겪었을 것이다. 모두 잊어버리고 싶은 기억들이다. 동시에 생각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를 가장 괴롭혔던 사람. 사람들은 누구로부터 가장 큰 굴욕감을 느꼈을까.

놀랍게도 3명 중 1명은 ‘나 자신’을 선택했다. 내 능력이 부족하다는 사실로 인해 스스로 굴욕감을 느꼈다는 얘기다. 30대(39.0%)의 자책감이 가장 컸다. 나를 제외한 타인 중에서는 ‘직장상사’(25.7%)가 1위에 꼽혔다. 그것도 압도적인 표 차로. 남성(26.9%)과 여성(24.2%) 모두 상사에게서 받은 마음의 상처를 잊지 못하고 있었다. 40대는 샌드위치였다. 상사(29.2%)로부터 받는 스트레스가 가장 컸지만 ‘잘나가는 동기나 후배’(10.2%)가 준 굴욕 역시 어깨를 처지게 만들었다. 50대는 동기나 후배(5.6%)보다는 ‘학교 동창이나 친구’(11.1%)에게서 상대적으로 많은 굴욕을 당했다. 이래저래 쓸쓸한 중년들이다.

김창덕·권기범 기자 drake007@donga.com
#O2#최악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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