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웨이 318’ 가장 사랑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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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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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예술의전당 연주회서 피아니스트들 간택 횟수 1위

예술의전당이 보유한 스타인웨이 연주회용 피아노. 동아일보 DB
예술의전당이 보유한 스타인웨이 연주회용 피아노. 동아일보 DB
최근 내한한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는 연주회 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피아노 3대를 놓고 공연 레퍼토리 중 일부를 치면서 피아노를 골랐다. 동행한 그의 부인이 객석 가운데인 C블록 11열 1번 좌석에 앉아 소리와 음색에 대한 의견을 루푸와 주고받았다.

루푸는 첫날 공연인 슈베르트 독주곡을 위해 스타인웨이 D-274 모델 그랜드 피아노 일련번호 ‘550699’(이하 699)를 골랐다. 699는 “볼륨이 크지 않고 다이내믹한 면은 없지만 부드럽고 온화한 소리”(김두회 조율사)를 내는 특성을 지녔다. 루푸는 둘째 날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공연에서는 피아노를 바꿨다. 같은 브랜드의 피아노지만 일련번호 ‘501660’(이하 660)을 선택했다. 660은 “부드럽고 따뜻한 소리를 내지만 피아니시모부터 포르테까지 음의 세기를 잘 표현해낸다”(이종열 조율사)는 평을 받는다.

예술의전당은 연주용 피아노로 스타인웨이 D-274 7대와 야마하 피아노 1대를 보유하고 있다. 스타인웨이 D-274는 연주회에서 흔히 접하는 풀콘서트 그랜드 피아노로 길이 274cm에 무게는 480kg이다. 예술의전당이 갖고 있는 7대의 스타인웨이는 모두 같은 모델이지만 각각의 피아노는 저마다 음색, 건반과 페달의 느낌 등이 조금씩 다르다. 예술의전당 전속 조율사들은 “새 피아노가 들어올 때마다 쳐보면 음색이 다 다르다. 수작업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각기 고유의 특색을 갖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주요 피아노 연주회에서 어떤 피아노가 선택됐는지 살펴보니 일련번호 ‘571318’(이하 318)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28일 수원시립교향악단과 협연한 중국 피아니스트 랑랑을 포함해 매너헴 프레슬러, 아르카디 볼로도스, 데니스 마추예프, 안젤라 휴이트, 임동혁, 김선욱, 손열음 등이 모두 318을 골랐다. 피아니스트 김정원은 “협연할 때는 318을 고르지만 (루푸와 같은) 슈베르트를 연주해야 한다면 나 역시 699를 골랐을 것”이라고 했다. 2월 첫 내한 무대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연주한 루돌프 부흐빈더는 일련번호 ‘571309’(이하 309)를, 13일 요요마 리사이틀에서 반주를 맡은 캐서린 스톳이 루푸와 같은 699를 골라 예외적이었다.

예술의전당 무대에 서는 피아니스트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다시피 하는 318은 소리가 밝고 화려하다. 콘서트홀 2500석을 채우기에 모자람이 없을 정도로 볼륨감도 있고 오케스트라와 할 때 소리가 묻히지 않도록 피아니시모에서도 또랑또랑하다. 부흐빈더가 쓴 309는 318보다 덜 화려한 음색이면서 중저음에서 우렁차다는 평을 듣는다.

올해 내한한 해외 피아니스트들 가운데 루푸를 제외하고는 그리 까다로운 연주자는 없었다고 한다. 그동안 한국 무대를 찾은 피아니스트 중 폴란드 태생의 크리스티안 치머만과 미국의 러셀 셔먼이 깐깐하기로 첫 손에 꼽힌다.

지극히 섬세한 터치가 장기인 치머만은 낯선 피아노에 적응을 잘 하지 못해 전 세계에 피아노를 가지고 다니기로 유명하다. 2003년 내한 때는 피아노 건반과 액션(건반을 누르면 해머가 현을 때리게 하는 장치) 부분을 두 세트 가져와 예술의전당 피아노에 조립해서 연주했다. 연주용 한 세트는 분장실에 고이 모셔두고 냉방장치를 절대 가동하지 말라고 했고, 나머지 한 세트는 조율할 때 사용하라고 지시했다. 셔먼은 건반 하나하나마다 메모를 해서 조율사에게 건넨다고 한다. ‘1번 음은 좀 더 밝게, 2번은 조금 더 어둡게, 3번은 짧으니까 더 길게….’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예술의전당#피아노#스타인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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