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21세기 오케스트라’의 갈 길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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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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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손스&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

새로운 베토벤을 들려준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 사진작가 김윤배 씨 제공
새로운 베토벤을 들려준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 사진작가 김윤배 씨 제공
정녕 최고의 무대였다! 마리스 얀손스와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BRSO)은 남독일 대표악단의 저력, 현존하는 최고 거장의 원숙미, 새로운 시대의 베토벤상 등 이번 내한공연에 걸렸던 모든 기대를 충족시켰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BRSO의 앙상블은 독일 정상급 악단답게 견실했다. 단원들의 개인기 면에서는 베를린필에 뒤질지 몰라도 앙상블의 유기성과 자연스러움이라는 면에서는 오히려 앞선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아울러 그 사운드는 여느 독일악단에 비해 한결 밝고 유려하고 따스했다. 그리고 얀손스의 주도면밀한 손길이 모든 파트를 생생하게 살아 숨 쉬게 만들었다.

모든 면에서 소통과 공감, 융화를 지향하는 그들의 파트너십은 얼핏 과거 라파엘 쿠벨리크가 이끌던 시절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면서도 좀 더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21세기 오케스트라의 이상형을 제시하는 듯했다.

이런 맥락에서 20일 공연에서 연주한 베토벤 교향곡 3번은 '영웅 아닌 영웅'이었다. 일단 그처럼 호른과 트럼펫이 부각되지 않는 1악장은 이례적이었다. 대신 모든 파트가 고루 생동하며 어우러지는 유연하고 늠름한 일체감이 전편을 관류했다. 그러면서도 모든 디테일이 살아 있고 구조도 명쾌하게 조형되니 실로 놀라울 따름이었다.

사실 그런 흐름은 앞서 연주된 교향곡 2번에서 충분히 예견된 것이었다. 그 곡에서 얀손스는 탁월한 균형감각으로 모든 것에 기분 좋은 균형미를 부여했고, 선명한 입체감 속에서 풍부한 자연미와 인간미까지 담아냈다. 특히 악단의 매력적인 음향을 한껏 활용한 2악장과 상쾌한 유머와 위트가 넘쳐났던 4악장이 일품이었다.

다시 3번으로 돌아와서 유명한 2악장에서 얀손스는 쾌적한 템포와 꾸준히 유지한 리드미컬한 펄스 위에서 현의 비브라토를 절제하며 사뭇 담백한 흐름을 만들어냈다. 처음엔 다소 밋밋해 보이기도 했던 흐름이었지만 뒤로 갈수록 몰입도가 강해지더니 클라이맥스에서는 '삶을 향한 열망으로 불타는 장송행진곡'을 도출해냈다. 이어진 3악장에서는 완벽한 밸런스의 호른 트리오가 이 악장이 지닌 '재생'의 의미를 더욱 빛나게 했다.

그리고 4악장에서 그들은 혼연일체가 되어 프로메테우스가 꿈꾸던 이상향에 도달했다. 그것은 어떤 특정한 영웅이 이끌어 열어 보인 게 아니라 모든 구성원이 다 함께 힘과 마음을 모아 일구어낸, 진정 아름다운 미래였다.

21일 공연은 전날 공연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6번 '전원'은 자연과 인간이 한데 어우러져 펼치는 한바탕 행복의 향연이었다. 다시 한번 악단의 매력적인 음색과 지휘자의 인간미가 빛을 발했다. 7번은 전반부에서는 얀손스가 치밀하게 구축해보인 조형미가, 후반부에서는 단원들의 자발성과 지휘자의 즉흥성이 돋보였다. 좀 더 자극적인 연주를 바랄 수도 있었겠으나 '밸런스의 화신'인 얀손스답게 과도하지 않으면서 즐거움이 넘치는 축제였다.

황장원 음악칼럼니스트
#얀손스&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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