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11년 동거… 젊은 철학자의 ‘솔메이트’가 된 순혈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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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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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와 늑대/마크 롤랜즈 지음·강수희 옮김/344쪽·1만5000원·추수밭

늑대 브레닌은 철학자인 저자와 함께 미국과 영국, 아일랜드 프랑스 등을 돌아다니며 살았다. 추수밭 제공
늑대 브레닌은 철학자인 저자와 함께 미국과 영국, 아일랜드 프랑스 등을 돌아다니며 살았다. 추수밭 제공
보송보송한 털, 꿀처럼 노란 눈, 모난 데 하나 없이 동글동글한 새끼 늑대에게 20대 철학자는 한눈에 반해버린다. 혼혈 늑대개도 아닌 100% 늑대였지만 즉석에서 입양하고 만다. 1990년 이렇게 만난 수컷 늑대 브레닌은 11년간 그와 함께 살면서 철학자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린다. 무엇보다도 이 늑대는 그에게 ‘인간이라는 존재가 무엇인지’를 가르쳐준다. 미국 마이애미대 철학 교수가 쓴 이 책은 늑대를 통해 인간을 바라본 철학 에세이다.

저자는 브레닌이 야성을 가진 늑대임을 항상 기억하고 단순한 반복 훈련이 아니라 브레닌 스스로 ‘이 같은 선택을 하면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식으로 길들였다.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브레닌은 목줄 없이도 저자와 함께 길을 걸을 수 있게 됐다. 사람들은 브레닌을 늑대가 아니라 큰 개로 여겼다.

그렇게 11년간 야성을 간직한 브레닌과 함께 살면서 저자는 자연스럽게 ‘오래전 같은 길을 걸었을 늑대와 인간이 왜 다른 길로 접어들었을까’를 고찰한다. 그리고 인간, 즉 영장류의 지능은 더 강한 성적 쾌락을 추구하기 위해 속임수와 계략을 쓰게 되면서 발전했는데, 이것이 늑대와 영장류를 갈라놓은 핵심적인 차이라고 인식하게 된다.

“늑대는 우두머리만이 1년에 한두 번 교미를 한다. 대부분의 늑대는 하고 싶어 하지도 않고 하지 못하는 것에 불만을 표시하지도 않는다. 브레닌 역시 번식 본능에 의해서만 교미를 원했다. 하지만 모든 영장류는 그 쾌락을 안다. 늑대에게 쾌락은 번식 본능의 결과물이지만 영장류는 이 관계를 뒤집었다. 이 전도된 공식은 속임수와 계략을 향한 영장류의 욕구를 늑대보다 훨씬 강하게 만들었다.”

저자에 따르면 ‘감정이 아닌 실체’를 쫓는 것도 늑대가 인간과 다른 점이다. 브레닌은 토끼 한 마리를 잡기 위해 15분간 숨죽인 채 기다렸다. 온몸을 경직시켜 다음 순간을 위해 참고 견디는 일이 유쾌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브레닌은 눈을 반짝이며 토끼 잡는 것, 즉 사냥 자체에서 행복을 느꼈다. 반면 인간은 실체가 아닌 감정을 숭배한다. 지금 인간사회를 지배하는 이성과 과학, 도덕과 철학도 결국 ‘감정을 어떻게 조절할까’를 고민한 끝에 태어났다는 분석이다.

에피소드 중심으로 풀었지만 일반 에세이처럼 쉽게 읽히진 않는다. 철학자와 늑대 간의 눈물겨운 우정 이야기를 기대한 독자라면 실망할지 모른다. 저자는 브레닌이 세상을 떠난 후 태어난 아들의 이름을 브레닌으로 할 만큼 늑대를 사랑했다. 하지만 이 같은 우정의 술회보다는 브레닌의 특징, 길들이는 과정, 이를 통한 인간 들여다보기가 책의 줄기를 이룬다. 브레닌의 잘생긴 얼굴이 책 날개의 저자 소개에 작게 한 컷만 실린 점도 아쉽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철학자#늑대#철학#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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