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배 소목장 “원목상태로부터 최소 7년… 세월의 흔적 쌓여야 최고 재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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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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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목가구 예작’ 전

위아래는 비우고 중간에 문을 달아 수납공간으로 활용한 구성미가 돋보이는 4층 공간책장. 일본의 민예연구가 야나기 무네요시가 수집한 조선 옛 가구를 박명배 소목장이 고스란히 되살려냈다. 박명배 소목장 제공
위아래는 비우고 중간에 문을 달아 수납공간으로 활용한 구성미가 돋보이는 4층 공간책장. 일본의 민예연구가 야나기 무네요시가 수집한 조선 옛 가구를 박명배 소목장이 고스란히 되살려냈다. 박명배 소목장 제공
“우리의 전통 목가구인데, 정작 우리 땅엔 없다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제가 본모습 그대로 다시 만들고자 했지요. 완성된 작품을 보니 기쁘면서도 마음이 아팠어요.”

중요무형문화재 55호인 박명배 소목장(小木匠·62·사진)은 일본 야나기 무네요시(1889∼1961)가 지은 민예박물관 소장품인 4층 공간책장을 TV에서 우연히 보게 됐다. 위아래는 비우고 중간에 문을 달아 수납공간으로 활용하는 구성미, 특히 가운데 문을 밀어 양옆의 문과 나란히 놓으면 가장자리 문이 가운데 문을 안고 전체를 열게 하는 이 조선목가구의 독특한 여닫이 형식에 그는 매료됐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이 책장을 찾았으나 구하지 못한 박 소목장은 결심했다. ‘내가 만들어 되살리겠다’고.

이렇게 해서 만든 4층 공간책장은 16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박 소목장의 ‘전통목가구 예작(藝作)’전에서 만날 수 있다. 책장과 책상, 문갑, 장롱, 좌경 등 사랑방과 안방 가구 45점도 선보인다. 2010년 중요무형문화재 소목장 보유자가 된 후 처음 마련한 전시인 만큼 전통 목가구의 원형을 그대로 보여주려 했다. 소목장이란 건축물을 짓는 대목장과 달리 일상생활에 쓰이는 목가구를 만드는 장인을 뜻한다.

박 소목장은 평생을 나무와 함께 살았다. 초등학교 졸업 후 서울로 올라온 그는 18세 때 최회권 서라벌예대(현 중앙대) 미대 교수의 ‘오뉘(오누이) 아뜨리에’에 취직해 이 학교 학생들의 졸업 작품을 함께 만들면서 목수의 길로 들어섰다. 7년간 허기행 소목장에게서 ‘어깨가 빠질 듯이 대패질을 하며’ 전통 가구 만드는 법을 배운 뒤 1980년 공방을 차려 독립했다.

그는 “수많은 사형(師兄)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며 겸손해했다. “특히 최순우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제가 가구를 만들어 가면 실물뿐만 아니라 도면까지도 꼼꼼히 봐주셨어요. 전통 목가구는 비례가 중요하다는 걸 가르쳐주셨죠. 지금도 가구를 만들 때면 각 분야에 있는 사형들에게 연락해 조언을 구합니다.”

목조건축물에 쓰이는 소나무를 제외한 모든 나무는 가구의 재료가 된다. 원목 상태로 2년, 판재(板材·널빤지로 된 재목) 형태로 실외에서 3년, 실내에서 2년 정도 말린 후에야 가구를 만들 수 있다. 박 소목장은 “세월을 견딘 흔적이 켜켜이 쌓인 나무가 최고의 재료”라고 말한다. “어떤 나무는 빨갛고 다른 나무는 노랗죠. 나무 속 무늬는 용 같기도 하고 동양화 속 소나무 같기도 해요. 제 역할은 자연이 만든 색과 무늬를 최대한 살리는 것일 뿐입니다.”

그는 “목가구를 단순한 생활용품이 아니라 예술적으로 훌륭한 작품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관람료 1000원. 031-334-2500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박명배 소목장#전통목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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