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신자 “존 케이지 탄생 100주년 무용으로 추모”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6일 10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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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에 백남준은 스승 존 케이지의 탄생 100주년 추모 행사를 자기 손으로 꼭 하고 싶어 했어요. 그가 세상을 떠난 지금, 국내에선 행사를 열 사람이 저 밖에는 없네요."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 미국 음악가 존 케이지(1912~1992) 등 전위 예술가들과 교류했던 무용가 홍신자 씨(72·사진)가 존 케이지 탄생 100주년 기념공연 '네 개의 벽 & 4분33초'를 18, 19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하늘극장 무대에 올린다.

'네 개의 벽'은 케이지가 1944년 발표한 뒤 잊혔던 동명의 피아노 무용곡에 홍 씨가 안무해 1984년 미국 뉴욕의 한 공연장에서 선보였던 작품이다.

"이 곡은 존 케이지가 일본에 가서 수도사가 되겠다고 말하기도 했던 방황기에 작곡한 곡이죠. 피아노의 흰 건반만 사용하는데 곡 안에 열정, 강렬한 감정, 우울함, 로맨틱함이 다 들어 있어요. 당시 공연을 본 케이지가 제안해 함께 미국 투어를 다녔죠." 이 곡은 국내에선 1996년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처음 선보였다. 홍 씨는 "이번에 좀 더 연극적인 부분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네 개의 벽' 공연에 앞서서는 존 케이지의 대표작 '4분33초'를 12명의 국내외 예술가들이 나름대로 각각 재해석한 작품을 묶어 1부 순서에서 무대에 올린다. 남정호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 김주영 홍익대 미대 교수, 윤시중 극단 하땅세 대표 등 무용, 미술, 연극, 설치예술, 음악, 영상 분야 예술가들이 참가했다.

'4분 33초'는 1952년 미국 뉴욕 우드스탁 야외 공연장에서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튜더 연주로 처음 발표된 곡. 4분 33초 동안 연주자가 건반을 누르지 않고 피아노 뚜껑만 여닫는 이 곡을 통해 케이지는 악기가 내는 소리만을 음악의 영역을 설정하는 고정관념에 도전했다. 4분 33초는 초로 환산하면 273초가 되는데 이는 모든 에너지가 바닥상태인 절대온도 (섭씨온도 영하 273도)를 의미한다. 백남준은 1958년 존 케이지의 만남을 계기로 예술가로 본격 출발했고, 1990년 9대의 텔레비전 모니터를 사용해 '존 케이지'라는 작품도 제작했다. 2만~4만원. 02-6053-6095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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