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문화대혁명 치떨리는 이면 폭로, 中출판사들 약속이나 한듯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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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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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옌롄커 지음·문현선 옮김/544쪽·1만5000원·자음과모음

문화대혁명 당시 지식인의 탄압을 고발한 장편 ‘사서’를 펴낸 중국 작가 옌롄커는 “‘중국식 문학’에 위배되는 문장을 많이 사용해 나 스스로를 ‘글쓰기의 반역자’라고 부르고 싶다”고 밝혔다. 자음과모음 제공
문화대혁명 당시 지식인의 탄압을 고발한 장편 ‘사서’를 펴낸 중국 작가 옌롄커는 “‘중국식 문학’에 위배되는 문장을 많이 사용해 나 스스로를 ‘글쓰기의 반역자’라고 부르고 싶다”고 밝혔다. 자음과모음 제공
중국에서 자유로운 글쓰기가 가능할까.

유력 노벨 문학상 후보로 꼽히는 중국 소설가 옌롄커(閻連科·54)의 사례는 이 나라의 출판 통제 현실을 생생히 보여준다. 체제 비판적인 소설을 써왔던 그가 1966년부터 10년간 광풍처럼 불었던 문화대혁명을 고발한 이번 장편은 정작 중국 본토에서는 출간되지 못했다. “‘사서’의 원고를 스무 곳도 넘는 중국 출판사들에 보여줬을 때, 그들은 약속이나 한 듯 단호히 거부했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을 버렸다. 글을 쓰기 전부터 또 다른 ‘서랍 문학’이 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기 때문에 오히려 홀가분해졌다.”

책을 가장 읽히고 싶은 중국 독자들의 손에 쥐여주지는 못했지만, 해외 비평가들의 호평 속에 작가는 일본, 홍콩, 프랑스, 독일 등 20여 개국과 판권 계약을 마쳤고, 대만에 이어 한국에서 두 번째로 책이 나왔다.

중국 황허(黃河) 강 남쪽 본류에 강제수용소들이 밀집한 ‘위신구’가 있다. 사상 교화를 구실로 모은 죄수는 약 2만 명. 이 중 90%가 교수, 학자, 교사, 작가 같은 지식인들이다. 작품의 주 배경인 수용소 99구의 죄인 127명은 가혹한 노동과 부실한 식사에 지치고 미래에 대한 절망감에 휩싸인다.

지식인 죄수들과 대비되는 것은 이들을 감시하는 ‘아이’다. 이름 없이 ‘아이’로만 불리는 이 감시자는 상부에는 무한 충성을, 죄인들에게는 무한 핍박을 가한다. 아이는 말을 잘 듣거나, 농사 할당량을 채운 사람들에게 붉은 꽃을 준다. 작은 꽃 다섯 개는 중간 꽃 한 개로 바꿔주고, 중간 꽃 다섯 개가 모이면 별을 하나 준다. 아이는 약속한다. “별 다섯 개가 모이면 이곳에서 나갈 수 있는 자유를 주겠다.”

아이의 말에 반신반의하던 죄인들은 실제 별 다섯 개를 모은 사람이 자유를 얻자 광적으로 꽃 모으기에 열중한다. 아이를 무시하던 죄인들도 이제 그를 떠받들고, 서로를 밀고하고 배신하며 ‘달콤한 꽃’을 쌓아간다. 지식인들의 자존감은 점차 파괴되고, 대기근까지 겹치면서 인간성마저 철저히 무너진다. 이런 과정을 작품은 끔찍할 정도로 세세하게 전한다. 배고픔에 죽은 동료의 인육을 먹고 난 뒤 이를 비관해 자살한 남성은 ‘죄송하다. 내 인육을 먹으라’는 메모를 남긴다. 간부에게 몸을 파는 여성은 대가로 받은 콩 한 줌을 급하게 먹다가 기도가 막혀 죽는다. 이 끔찍한 지옥은 치가 떨릴 만큼 잔혹하며, 문화대혁명의 어두운 이면을 통렬히 까발린다.

500쪽이 넘는 작품은 지루함을 덜기 위해 ‘죄인록’ ‘옛길’ ‘하늘의 아이’ ‘시시포스의 신화’ 등 네 개의 소주제로 시점을 달리했지만 크게 변별성을 느끼기는 어렵다. 네 가지 이야기, 즉 ‘사서(四書)’라는 제목이 붙었지만 ‘사서(死書)’에 가깝다. 책장을 덮고 나서도 수용소에서 짐승처럼 살다간 망자들의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것 같아 가슴이 먹먹하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책의 향기#인문사회#사서#중국#문화대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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