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미국의 구세주는 가족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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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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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필요해/릭 샌토럼 지음·김혜준 옮김/404쪽·1만8000원·시대정신

릭 샌토럼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릭 샌토럼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주자인 저자가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풀어놓은 책이다. 저자는 ‘진보세력은 보통사람과 가난한 사람을 돕는 용감한 영웅인 양 묘사하고, 그들의 계몽적인 경제정책은 가난한 사람과 중산층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오해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라고 집필 동기를 밝혔다.

흔히 부정적으로만 묘사되는 보수주의자를 그는 매우 소중한 유산의 관리인에 비유한다. 가업을 이어받을 때처럼 물려받은 유산을 잘 관리할 뿐 아니라 후속 세대를 위해 무엇인가 더 기여하고 보태는 것이 보수주의라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이런 보수주의적 가치를 ‘가족’으로 설명한다. 진보적인 대학생들과 대화할 때 그 어떤 주제에 대해서도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지만 ‘현재 미국이 안고 있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가족의 해체’라는 점에는 만장일치로 동의했다는 일화도 소개하면서.

그는 미국이 지난 200년간 놀랄 만한 업적을 이뤘지만 한편으로는 타락의 징후도 농후해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젊은 세대의 성적 타락과 성병의 증가, 높은 범죄율, 만연한 포르노그래피, 낙태 등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이른바 진보세력은 권력을 가진 정부에 너무나 쉽게 의존한다. 하지만 지난 역사를 돌아볼 때 대중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에 의존할수록 문제는 악화됐고, 대중은 엘리트에 더욱 의존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진보와 보수의 차이는 자유에 대한 이해에서 찾는다. 진보 세력들이 주장하는 개인의 자유는 타인에게 직접적인 해를 끼치지 않는 수준에서 개인의 만족을 최대한으로 추구하는 자유다. 저자는 이를 무과실 자유(no fault freedom)로 보고, 이런 자유 관념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생각한 자유와 거리가 있을 뿐만 아니라 공동체에도 해가 따르는 개념이라고 설명한다. 예컨대 개인은 성적인 자유를 가져 좋을지 모르지만 사회에는 죽음에 이를 수 있는 성병의 만연을 불러왔고, 어른들이 이혼의 자유를 누린 결과 수많은 아이들이 인생에서 큰 상처를 입는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보수의 자유는 더 높은 선을 향해 책임과 함께하는 자유다. 무과실 자유가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신뢰와 이타심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그래서 공동체에는 보수적 자유의 개념이 필요하다.

저자는 이런 자유의 개념을 재생산할 수 있는 가장 작은 단위가 가족이기 때문에 공익을 목표로 가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부모는 자녀에게 옳지 못한 것과 옳은 것을 선의로 가르쳐 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건강한 가족은 정의의 선봉이며 불의에 대한 최선의 방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목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가정이 정의를 구현할 수 있는 곳이라서 육성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 정의를 가르치는 부모들은 자신이 지향하는 이념과 가치를 전수하는 것이지 저자가 생각하는 보수적 가치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그와 그에 동조하는 미국 보수층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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