쏙의 출현으로 인한 양식어업 피해가 서해안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를 보는 패류(貝類)도 바지락만이 아니라 다른 종류로까지 전방위적으로 확산 중이다.
국책연구기관인 국립수산과학원 갯벌연구소는 최근 쏙 피해와 관련한 실태 파악에 나섰다. 이 연구소는 지난달 충남수산관리소의 협조를 받아 보령 서산 당진 서천 홍성 태안 등 충남 연안지역의 7개 시군 어촌계장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충남의 157개 어촌계 중 107개가 설문에 참여했다.
설문조사 결과 107개 어촌계 중 쏙이 서식하는 곳은 모두 78곳(72.9%)이나 됐다. 물론 쏙이 살고 있다고 무조건 양식업에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다. 쏙은 2010년 이전에도 대부분 지역에서 발견됐다. 특히 10곳 중 4곳은 쏙의 서식 기간이 ‘10년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2010년부터 쏙이 대량 발생한 14곳(13.2%)으로, 주로 보령과 태안에 집중돼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바지락 최대 생산지였던 보령시 주교면이다.
어촌계장들은 쏙의 대량 증식 원인으로 △기후변화에 의한 서식생물의 변화(30.5%) △연안의 유속 감소(간척사업으로 빚어진)에 의한 개흙의 축적(27.2%) △쏙을 잡아먹는 연안 어류의 감소(22.9%·이상 중복응답) 등을 꼽았다.
쏙으로 인한 피해는 역시 바지락이 가장 심각했다. 쏙 때문에 바지락 생산량이 절반 이상 감소했다는 응답을 한 피해 어촌계는 바지락 양식을 하는 71곳 중 41곳(57.7%)이나 됐다. 이 중 15곳은 생산량이 90% 이상 급감했다. 비록 충남지역에 국한된 조사였지만 이 같은 결과는 서해안 곳곳에서 실질적인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뿐만이 아니다. “모시조개, 동죽, 맛조개, 굴, 백합 등 다양한 패류가 쏙 때문에 피해를 봤다”는 응답들이 잇따랐다.
그렇다면 어민들은 쏙을 어떻게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단순히 화학약품 등을 뿌려 쏙을 제거하려고 할 경우 갯벌 생태계 자체를 파괴할 수 있기 때문에 퇴치 방법 또한 큰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쏙을 효과적이고 경제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어민들이 가장 많이 꼽은 방법은 ‘트랙터나 굴착기로 갯벌 갈아엎기’(42.5%)였다. 이는 구멍을 파고 갯벌 속에 숨어 있는 쏙을 한꺼번에 토층으로 노출시킴으로써 어민들이 직접 줍거나 다른 해양생물들에게 잡아먹히도록 유도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쏙 잡기 체험어장으로 개발’(15.7%), ‘고압해수 분사’(11.2%), ‘낚시미끼로 채취’(10.4%) 등의 방안이 뒤를 이었다.
설문조사를 주도한 송재희 박사는 “이번 설문을 통해 쏙으로 인한 양식업 피해가 심각하다는 사실이 파악됐다”며 “쏙에 관한 생태학적 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물론이고 바지락을 포함한 패류 보호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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