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커버스토리]쏙 때문이야!… 바지락 생산량 절반이상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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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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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어촌계 71곳 중 41곳 바지락 생산량 절반이상 줄어

쏙의 출현으로 인한 양식어업 피해가 서해안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를 보는 패류(貝類)도 바지락만이 아니라 다른 종류로까지 전방위적으로 확산 중이다.

국책연구기관인 국립수산과학원 갯벌연구소는 최근 쏙 피해와 관련한 실태 파악에 나섰다. 이 연구소는 지난달 충남수산관리소의 협조를 받아 보령 서산 당진 서천 홍성 태안 등 충남 연안지역의 7개 시군 어촌계장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충남의 157개 어촌계 중 107개가 설문에 참여했다.

설문조사 결과 107개 어촌계 중 쏙이 서식하는 곳은 모두 78곳(72.9%)이나 됐다. 물론 쏙이 살고 있다고 무조건 양식업에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다. 쏙은 2010년 이전에도 대부분 지역에서 발견됐다. 특히 10곳 중 4곳은 쏙의 서식 기간이 ‘10년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2010년부터 쏙이 대량 발생한 14곳(13.2%)으로, 주로 보령과 태안에 집중돼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바지락 최대 생산지였던 보령시 주교면이다.

어촌계장들은 쏙의 대량 증식 원인으로 △기후변화에 의한 서식생물의 변화(30.5%) △연안의 유속 감소(간척사업으로 빚어진)에 의한 개흙의 축적(27.2%) △쏙을 잡아먹는 연안 어류의 감소(22.9%·이상 중복응답) 등을 꼽았다.

쏙으로 인한 피해는 역시 바지락이 가장 심각했다. 쏙 때문에 바지락 생산량이 절반 이상 감소했다는 응답을 한 피해 어촌계는 바지락 양식을 하는 71곳 중 41곳(57.7%)이나 됐다. 이 중 15곳은 생산량이 90% 이상 급감했다. 비록 충남지역에 국한된 조사였지만 이 같은 결과는 서해안 곳곳에서 실질적인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뿐만이 아니다. “모시조개, 동죽, 맛조개, 굴, 백합 등 다양한 패류가 쏙 때문에 피해를 봤다”는 응답들이 잇따랐다.

그렇다면 어민들은 쏙을 어떻게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단순히 화학약품 등을 뿌려 쏙을 제거하려고 할 경우 갯벌 생태계 자체를 파괴할 수 있기 때문에 퇴치 방법 또한 큰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쏙을 효과적이고 경제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어민들이 가장 많이 꼽은 방법은 ‘트랙터나 굴착기로 갯벌 갈아엎기’(42.5%)였다. 이는 구멍을 파고 갯벌 속에 숨어 있는 쏙을 한꺼번에 토층으로 노출시킴으로써 어민들이 직접 줍거나 다른 해양생물들에게 잡아먹히도록 유도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쏙 잡기 체험어장으로 개발’(15.7%), ‘고압해수 분사’(11.2%), ‘낚시미끼로 채취’(10.4%) 등의 방안이 뒤를 이었다.

설문조사를 주도한 송재희 박사는 “이번 설문을 통해 쏙으로 인한 양식업 피해가 심각하다는 사실이 파악됐다”며 “쏙에 관한 생태학적 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물론이고 바지락을 포함한 패류 보호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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