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청춘 실내악, 봄을 적시다

  • Array
  • 입력 2012년 3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뮤니끄’ 등 20대 젊은 연주자 그룹들 줄줄이 연주회… 관객층도 탄탄해져

트리오 앙상블 ‘뮤니끄’(위).‘칼라치 콰르텟’(아래).
트리오 앙상블 ‘뮤니끄’(위).‘칼라치 콰르텟’(아래).
《 올봄, 국내 무대가 다채로운 실내악으로 물든다. 20대 젊은 연주자들의 새로운 도전과 제법 두툼해진 실내악 관객층이 이뤄낸 결과다. 금호아트홀은 칼라치 콰르텟과 노부스 콰르텟 등으로 꾸민 ‘현악사중주 시리즈’를 올해 처음 준비했고, 세종문화회관도 기획공연으로 폴란드의 젊은 현악 앙상블 ‘로열 스트링 콰르텟’을 무대에 세운다. 4월 말부터는 ‘서울 스프링실내악축제’도 열린다. 》         
더블베이스 연주자 성민제 씨(22)는 피아니스트 김준희(22), 클라리넷 연주자 장종선 씨(26)와 함께 최근 트리오 앙상블 ‘뮤니끄’(이들이 활동하는 독일 뮌헨과 독특함을 뜻하는 ‘유니크’를 합친 말)를 결성했다. 여러 실내악 무대에 자주 서기는 했지만 직접 팀을 꾸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21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나루아트센터에서 국내 첫 무대를 연다.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 씨(27)도 바이올리니스트 장유진(22), 비올리스트 이한나(27), 첼리스트 심준호 씨(25)와 ‘칼라치 콰르텟’(아름다움을 뜻하는 그리스어 ‘칼론’과 ‘끈’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라치’를 결합)을 꾸렸다. 데뷔 무대는 22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금호아트홀에서 펼친다.

뮤니끄의 성민제 씨는 “솔리스트로서만 활동해오다 보니 베이스 악기가 지닌 본래의 역할에도 도전해보고 싶었다. 다른 악기와 서로 호흡을 맞춰가는 실내악은 앞으로의 연주를 위한 배움이면서 큰 재미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독일에서 활동하는 작곡가들이 만들어준 소품 4개를 프로그램에 올린다. 코네손의 ‘디스코’, 비트만의 ‘야경’, 마크의 ‘서커스’와 ‘파편’은 세계 초연이다. 몽티의 ‘차르다시’와 피아졸라의 ‘사계’는 악기 구성에 맞춰 새로 편곡했다.

칼라치 콰르텟의 권혁주 씨는 “연주자들끼리 실내악 얘기를 부쩍 자주 나누고 무대도 많아졌다. 요즘 국내에서도 실내악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베토벤 현악사중주 9번, 슈베르트의 현악사중주 14번 ‘죽음과 소녀’, 버르토크의 현악사중주 4번을 골랐다. 창단 기념 연주회인 만큼 고전과 낭만, 현대음악까지 폭넓게 준비했다.

이 같은 의욕적인 움직임들은 ‘실내악이 비인기 장르라는 굴레를 벗어나고 있다’는 신호가 공연계에서 감지되는 현실과 맥이 닿는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음악사업팀 강선애 씨는 “몇 년 사이 예전처럼 실내악 공연에 관객이 얼마나 들지 걱정하지 않게 됐다. 매표가 전에 없이 순조롭다”고 전했다.

이처럼 실내악을 키운 바탕에는 이제 자리를 잡은 굵직한 음악축제들이 있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통영국제음악제(TIMF)와 9회째인 대관령국제음악제, 그리고 7회를 맞는 서울 스프링실내악축제 등이다. 이런 음악 축제에서는 인기 많은 오케스트라와 스타 연주자의 독주 무대뿐 아니라 실내악이 포함돼야 ‘균형 있는 상차림’이 된다. 올해 TIMF에서는 우즈베키스탄의 ‘옴니버스 앙상블’, 헝가리의 ‘켈러 콰르텟’이 연주를 한다. 리처드 용재 오닐(비올라)이 이끄는 앙상블 ‘디토’도 실내악의 저변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10월 개관한 실내악 전용홀인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도 힘을 보태고 있다.

음악평론가 박제성 씨는 “국내에서는 ‘실내악=현악사중주’로 인식이 거의 고정돼 있지만 이외에 피아노 듀오, 관악 앙상블 등 셀 수 없이 많은 조합이 있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실내악을 꽃피우게 하는 만큼 젊은 연주자들의 도전이 반갑다”고 말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