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Life]고양이에 꽂힌 사람들, 카메라 셔터 수시로 찰칵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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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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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 도도 앙증맞은 너, 나한테 찍혔다

“(사진을 보고) 예쁘다는 이야기를 해주면 좋죠. 이 녀석이 제 자식 같은 마음에 막 자랑하고 싶어요.” 고양이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그리고 고양이의 존재에 대한 깊은 애정은 카메라 렌즈를 타고 사진 속으로 흘러든다. 이새롬 씨 제공
“(사진을 보고) 예쁘다는 이야기를 해주면 좋죠. 이 녀석이 제 자식 같은 마음에 막 자랑하고 싶어요.” 고양이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그리고 고양이의 존재에 대한 깊은 애정은 카메라 렌즈를 타고 사진 속으로 흘러든다. 이새롬 씨 제공
봄을 재촉하는 빗방울이 쏟아져 내리던 5일 밤. 낯익은 고양이 한 마리가 목공예 공방 문 옆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영화 ‘장화 신은 고양이’ 속 주인공을 쏙 빼닮은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굴리며 공방을 둘러본다.

이새롬 씨(27·여)는 작업 선반 위에 올려둔 카메라를 집어 들었다. 눈치 보는 것이 귀여웠다. 몇 번 셔터를 누르는 사이 고양이가 슬그머니 공방 안으로 들어오더니 자리를 잡고 앉았다. 후다닥 고양이용 닭고기 캔을 들고 와 다시 나가려는 녀석을 붙잡았다. 고양이가 캔을 두 개나 먹는 동안 그는 몇 번 더 셔터를 눌렀다.

1년 전부터 공방 앞에 물과 밥그릇을 갖다 놓았지만 좀처럼 곁을 내주지 않던 친구였다. 일주일 전에는 처음으로 손으로 건네주는 고기조각을 받아먹더니 이날은 먼저 스스로 찾아왔다. 반가운 방문이었다.

‘사진발’ 더 잘 받는 고양이

이 씨는 사진을 자신의 블로그와 고양이 관련 인터넷 카페에 올렸다. 고양이와 이야기를 나누듯 사진 위에 글자들도 덧씌웠다. 그저 일기를 쓰는 것처럼 기록을 남기고 싶기 때문이다.

그의 ‘기록’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9년 7월 우연히 취객들이 떨어뜨린 음식을 먹고 있던 검은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데려와 키우기 시작했다. 고양이가 커가는 모습을 남기고 싶었다. 처음에는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다가 ‘똑딱이’ 디지털카메라로 갈아탔다. 그러다 사진을 더 예쁘게 찍고 싶은 욕심에 결국 디지털렌즈교환식(DSLR) 카메라까지 샀다. 어쩌다 보니 고양이 사진을 그전부터 키우던 강아지들보다 더 많이 찍게 됐다.

“강아지는 고양이보다 더 활동적이잖아요. 그래서 사진 찍기가 힘들더라고요. 또 강아지들은 털 정리를 안 해주면 지저분한데 고양이들은 따로 다듬지 않아도 털이 항상 잘 정리가 되어 있어 사진이 잘 나와요.”

여기서 잠깐 고양이 상식 하나. 고양이는 하루에 최대 16시간 잠을 잔다. 먹잇감을 뒤쫓을 때 순각적인 힘을 내기 위해 에너지를 비축하는 것. 그리고 고양이는 혀, 발과 발톱 등을 이용해 스스로 털을 정리한다. ‘가시’가 돋아 있는 혀에 침을 묻혀서 핥으면 털에 묻은 모래나 오물 등이 쉽게 닦인다. 혀가 닿지 않는 부분은 혀로 핥은 앞발을 수건처럼 이용해 구석구석 닦는다. 뒷발톱은 성긴 빗처럼 털 사이에 낀 남은 이물질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행동을 ‘그루밍’이라고 한다.

아이들 사진 찍는 부모의 마음

친구의 차 밑에 웅크리고 앉아 있던 새하얀 고양이(‘꽃길’)를 데려다 키운 지 이제 겨우 4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정종희 씨(30·여)도 ‘똑딱이’로 사진을 찍어 카페에 올린다. 사진을 잘 찍는 것은 아니다. 그저 고양이가 자라는 모습을 남겨두고 싶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4개월 동안 달라진 고양이의 얼굴이나 눈동자 색깔을 볼 때마다 너무나 신기하다. “아이들 사진을 찍는 부모의 마음과 똑같아요.”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고양이도 애교가 있다. 다만 그 표현방법이 개처럼 적극적이지 않을 뿐이다. 정 씨가 퇴근을 해 집에 들어서면 꽃길이가 살며시 다가온다. 자리에 앉은 그가 ‘코코’라고 말하면 고양이는 자신의 코를 그녀의 코에 갖다대고 비빈다. 에스키모의 인사법을 꼭 닮았다. 데려 온 지 며칠 되지 않았을 때 고양이가 코를 내밀 때마다 자신의 코를 갖다대며 교육을 시켰다. 기특하게도 꽃길이는 그것을 이내 곧잘 따라했다. 집에 놀러오는 친구들은 그 모습에 탄성을 지른다.

서연우 씨(42·여)도 하루에 수십 장씩 고양이 사진을 찍는다. 고양이가 포즈를 잡아주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니 스마트폰을 늘 가까이에 둔다. 6년 전 고양이를 집에 데려왔던 남편은 ‘그림이다’ 싶은 모습이 보이면 빨리 사진을 찍으라고 그를 재촉한다. 서 씨가 사진을 찍는 이유도 정 씨와 비슷하다. 다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고양이를 잘 보살펴줬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사진을 찍는다는 것. 서 씨는 “이제 막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하신 분들이 제 사진 속 배경을 보고 고양이에게 적합한 환경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고양이 11마리를 키우고 있다.

고양이 상식 하나 더. 고양이는 독립심이 강해 손이 덜 간다. 보통 하루 한두 시간만 놀아주면 된다. 배변을 스스로 처리하는 것은 물론이고 먹이도 알아서 먹을 만큼만 먹는다. 고양이는 모래만 준비해주면 자신의 대소변을 그것으로 덮는다. 훈련을 시키면 양변기에서도 용변을 본다.

고양이는 사물이나 사람에게 자신의 머리를 문질러 가볍게 영역 표시를 한다. 귀 주변과 목, 머리 뒤쪽에서 나오는 분비물로 냄새를 남기는 것이다. 물체를 감지하는 센서 역할을 하는 수염은 우호적인 관계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고양이들은 다른 고양이와 수염을 비비며 친근감을 표현한다.

물을 좋아하는 고양이, 벵골


가족들에게 또 다른 사랑을 깨닫게 해준 벵골 고양이 ‘호피(hoppy)’. 지수민 씨 제공
가족들에게 또 다른 사랑을 깨닫게 해준 벵골 고양이 ‘호피(hoppy)’. 지수민 씨 제공
최근 들어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 빠르게 늘고 있다. 수의사 박모 씨(27)는 “예전에는 일주일에 찾아오는 고양이가 한두 마리밖에 안됐는데 요즘은 고양이 ‘손님’이 대여섯 마리나 된다”고 했다. 고양이 사료의 수입량도 2009년 3578t에서 2011년 6330t으로 늘었다. 포털 사이트 다음의 카페 ‘냥이네’는 회원이 16만 명을 넘고 네이버 카페 ‘고양이라서 다행이야’는 25만 회원을 자랑한다. ‘고양이라서 다행이야’에는 하루에 평균 50여 건의 고양이 사진이 올라온다.

애묘인(愛猫人)이 늘면서 희귀 품종 고양이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그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것은 벵골고양이. 야생 삵과 집고양이의 교배로 태어난 이 고양이는 비교적 덩치가 크다. 수컷은 몸무게가 4.5∼8kg이고 암컷은 그보다 약간 가벼운 정도다. 동그랗고 작은 귀가 머리 뒤쪽으로 귀엽게 붙어 있고 털은 황금빛이다. 초기에는 ‘작은 표범’이라는 뜻인 ‘레퍼드 레트’라고도 불렸고, 1984년 세계고양이협회(TICA)로부터 신품종으로 인정받았다. 활동적이고 장난기가 많으며 고양이답지 않게 물을 좋아한다. 주인과 함께 목욕하기를 즐기거나 앞발을 모아 컵처럼 만들어 수도꼭지의 물을 받아 마시기도 한다(‘고양이 도감’·진선출판사·2006). 국내 가격은 50만 원부터 700만 원까지다. 털 무늬나 선명함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벵골과 함께 최근 높은 관심을 끌고 있는 품종은 사바나고양이이다.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에 서식하는 야생고양이 서발과 집고양이 사이에서 탄생했다. 미국의 애묘인들이 “고양이 몸 안에 개의 영혼이 깃들었다”고 표현할 정도로 충성심이 강하고 영리하다. 벵골처럼 작은 표범을 닮았으며 보통 고양이보다 두 배 이상 크게 자란다. 훈련을 거치면 끈에 묶어 산책을 나가는 것도 가능해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품종이다. 가격은 유전자가 서발고양이에 가까울수록 비싸며 950달러(약 100만 원)부터 2만2000달러(약 2500만 원)에 이른다. 아직 국내에는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고 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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