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꽃과의 대화]졸업식의 추억, 노란 프리지아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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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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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세상 모든 일엔 시작과 끝이 있기 마련이어서, 시작의 설렘과 끝의 아쉬움이 반복된다. 학창시절의 시작과 끝은 입학과 졸업이다. 그중 졸업이 우리 마음속에 더 깊은 추억을 남기는 이유는 아무래도 마무리의 성취감과 헤어짐의 아쉬움이 함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세대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내 연배의 사람들은 졸업과 관련해 홍콩 가수 진추하의 ‘Graduation Tears’나 영국 가수 룰루의 ‘To Sir with Love’ 같은 노래를 많이 떠올린다.

그렇다면 졸업식 때 받은 꽃다발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꽃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이 프리지아(사진)를 꼽을 것이다. 개나리의 수수한 노란색과는 다른, 마음까지 밝아지게 하는 그 화려하고 예쁜 노란색이라니!

졸업식 추억과 함께하던 달콤한 꽃향기

프리지아는 노란색 꽃과 함께 사랑스럽고 달콤한 향기까지 갖고 있다. 필자는 주관적인 경험에 따라 꽃의 향기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눈다. 바로 ‘상큼한 향기’와 ‘유혹의 향기’ ‘달콤한 향기’다. 상큼한 향기란 재스민이나 라일락처럼 신선한, 시원한, 상쾌한 같은 수식어가 어울리는 향기다. 유혹의 향기로는 장미나 야래향 꽃내음이 대표적일 것이다. 프리지아 꽃향기는 치자 꽃의 그것과 함께 달콤한 향기로 분류할 수 있다. 1990년대 인기곡인 ‘칵테일 사랑’(마로니에)에서 “프리지아 꽃향기를 내게 안겨줄∼”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달콤한 꽃향기는 프리지아의 정수 그 자체다.

우리는 추억을 특정 사물이나 시간, 풍경 등과 연관시키는 습관이 있다. 꽃의 경우 스승의 날과 어버이날에는 카네이션, 성년의 날(매년 5월 셋째 월요일)에는 장미가 우선 떠오른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졸업식과 관련한 추억에는 빠지지 않고 프리지아가 등장한다.

주요 행사에 등장하는 ‘꽃다발 꽃’은 업계의 마케팅 전략에도 영향을 받지만 그즈음에 가장 쉽게 재배하고 유통할 수 있는 꽃인 경우가 많다. 5월 초의 카네이션과 그 사촌인 패랭이꽃, 5월 말의 장미는 그 무렵의 기념일과 잘 맞는다고 할 수 있다.

프리지아는 알줄기 형태의 알뿌리를 심어 15도 정도의 비교적 저온에서 두 달가량 기르면 꽃이 핀다. 따라서 12월경 알뿌리를 심은 후 추운 겨울철 저온에서도 비닐하우스에서 쉽게 꽃을 피울 수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인, 환경친화적인 재배로도 졸업식 즈음에 아름다운 프리지아 꽃을 손쉽게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빨간색, 보라색 개량종도 있지만…

알뿌리를 가진 꽃식물은 알뿌리 안에 꽃을 피울 수 있는 충분한 양분을 비교적 균일하게 저장하고 있다. 따라서 심은 후 온도만 맞춰주면 정확한 날짜에 일제히 꽃을 피울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튤립이나 백합, 글라디올러스, 라넌큘러스 등 알뿌리 꽃식물들이 졸업식 즈음에 많이 보이는 까닭이다.

요즘은 개성이 상징을 앞서서 그런지 졸업식에 예전보다 훨씬 다양한 꽃이 등장하는 것 같다. 판에 박힌 듯한 꽃다발이 줄어드는 반가운 면도 있지만 한편으론 ‘졸업식의 프리지아’를 연상하는 이들이 줄어드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 또 최근에는 노란색뿐만 아니라 흰색, 빨간색, 보라색 프리지아 품종도 개발됐다. 그러나 향이 노란색 품종만 못할뿐더러, 왠지 아직은 서먹서먹할 뿐이다.

졸업과 굳이 상관없더라도 원산지 남아프리카의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는 듯한 노란 프리지아를 집 안에 들여 보는 건 어떨까. 프리지아 꽃은 다가오는 봄의 향기를 방안 가득 채워주며 당신에게 이 계절에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이 될 것이다.

요즘에는 서향(일명 천리향)과 캐롤라이나재스민(일명 개나리재스민·Gelsemium)처럼 향기 좋은 꽃식물 분화도 시장에 많이 나오고 있다

서정남 농학박사(농림수산식품부 국립종자원) suhjn@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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