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세 여학생, K-pop에 월 24만원 쓰고 주 21시간 즐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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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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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해외 팬들, 그들은 누구이고 무엇을 원하나
24개국 130명 인터뷰-e메일 조사

일러스트레이션 최남진 기자 namjin@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최남진 기자 namjin@donga.com
《 책받침에 코팅한 푸른 눈의 할리우드 배우, TV 주말극장의 한국어 더빙에 가렸던 프랑스 여배우의 목소리를 극장에서 처음 들었을 때의 설렘, 내한공연장에서 나와 눈을 맞췄던 영국 가수의 미소…. 오랜 세월 동안 해외 스타들은 한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최근 ‘케이팝(K-pop·한국대중가요) 신드롬’은 이와 반대 방향의 풍경을 만들어냈다. 검은 눈의 한국인 소년 소녀 스타들을 보기 위해 프랑스 청소년들이 파리 드골 공항으로 달려 나왔다. 남미의 청년들이 ‘한국 가수를 보고 싶다’며 눈물을 줄줄 흘렸다. 2000년대 ‘중년의 일본인 기혼 여성’으로 요약되던 한류 팬의 프로필도 변화했다. 》

2012년 2월 현재 한류와 케이팝에 열광하는 해외 팬들은 누구이며 그들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한국을 찾은 해외 케이팝 팬들을 만나고 방한 경험이 있는 사람을 포함해 해외에 있는 케이팝 팬들도 접촉했다. e메일로 접촉한 이들은 포미닛, 비스트, 지나의 해외 공식 팬클럽 회장과 회원들. 미주 유럽 아시아 호주 등 총 24개국 130명의 해외 케이팝 팬을 직간접으로 만난 셈이다(조사에 응한 전체 팬을 ‘케이팝 팬’으로 통칭하고, 현재 한국을 방문 중인 팬을 ‘방한 팬’, 방한한 경험이 있는 사람을 포함해 현재 해외에 있는 팬을 ‘해외 팬’으로 부르기로 한다).

○ 일본 아줌마? 노! 20대 초반 아가씨들

여성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케이팝 팬의 평균 나이는 22.4세로 집계됐다. 70.6%가 18∼25세에 집중 분포됐다. 특히 전체의 3분의 1이 19∼21세에 몰려 있었다. 최저 연령은 13세, 최고 연령은 52세였다.

설문에 응한 케이팝 팬 세 명 중 두 명(66.4%)은 학생이었다. 회사원(11.8%)이 뒤를 이었고 교사, 엔지니어, 정보기술(IT) 관련 업종 종사자, 간호사, 번역가 등 다양한 전문직 종사자와 프리랜서도 있었다.

케이팝 팬들은 한 달에 케이팝과 관련해 평균 221달러(약 24만 원)를 쓰며 일주일에 21시간을 케이팝을 즐기며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쇼핑으로 음반과 영상물을 구입하고, 좋아하는 스타의 사진이나 이름이 새겨진 액세서리나 기념품을 오프라인으로 구매하기도 했다. 전체의 4.8%는 한 달에 1000달러 이상을 케이팝과 관련해 지출한다고 답했다. 열 명 중 네 명 이상(43.9%)은 주당 19∼24시간을 케이팝을 검색하거나 감상하는 데 할애한다고 했다.

방한 팬과 해외 팬을 비교하면 소득도, 씀씀이도 방한 팬이 눈에 띄게 컸다. 방한 팬의 한 달 평균 소득은 2083달러(약 234만 원). 반면에 해외 팬들의 월평균 소득은 635달러(약 71만 원)로 3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방한 팬 가운데 월 소득을 기입한 30명 중 24명이 한 달에 1000달러(약 112만 원) 이상을 번다고 답했다. 해외 팬 가운데는 53명 중 8명만이 월 소득을 1000달러 이상으로 기입했다.

○ 한번 찾은 팬들은 또 찾아온다



평균 한국 방문 횟수는 방한 팬이 3.46회, 해외 팬이 2.38회였다. 해외 팬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6회 이상 한국 방문자가 방한 팬 가운데는 15.2%를 차지했다. 방한 팬의 6.8%는 과거 10회 이상 한국을 찾았다.

‘미래에 한국 방문 계획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전체의 73.2%가 ‘그렇다’고 답했지만 ‘올해가 한국 방문의 해라는 것을 아는가’라는 질문에는 35.9%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해외 케이팝 팬 열 명 중 네 명은 온라인을 통해 처음 케이팝을 알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팝 매력은 춤-노래-음악성 순

이들은 왜 케이팝을 좋아할까. ‘영미권 팝과 일본의 제이팝 등 다른 국가의 대중음악과 차별되는 케이팝의 매력’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가장 많은 비율(17.2%)이 ‘춤’을 꼽았다. 여러 명의 멤버들이 맞춰 추는 군무와 각종 퍼포먼스가 현재 다른 팝 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든 케이팝만의 매력으로 다가간 것으로 보인다. 춤 다음으로는 노래(15%)와 음악성(13.9%), 가수들의 외모(10.6%) 순이었다. 패션 스타일(8.9%)도 높은 지지를 받았다.

○ 케이팝 다음으로 접한 한국 문화는?

가사의 비중이 큰 대중음악의 특성상 케이팝 팬은 한글을 배우는 학생으로 쉽게 이어졌다. 케이팝 팬 열 명 중 여덟 명 이상(83.7%)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거나 한국어를 배운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 비율은 방한 팬(80%)보다 해외 팬(87%)이 오히려 높았다.

‘케이팝 외에 돈을 들여 향유해 본 한국 문화’를 묻는 질문에는 드라마와 영화를 제치고 ‘음식’이 가장 많이 꼽혔다. 전체의 44.6%가 음식을 꼽았고 영화(18.7%)와 드라마(13.9%)가 뒤를 이었다.

○ 케이팝 팬들의 가장 큰 불만은?

케이팝과 한국 문화를 생활 깊숙이 받아들이고 있는 만큼 한국의 가요 기획사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았다. ‘콘서트 티켓과 MD 상품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이 많았다. 남미와 유럽 등지의 케이팝 팬들이 급증하는 데 비해 이들을 위한 인프라는 부족하다는 불만도 나왔다. 노르웨이에서 온 비비안 씨(26·여·학생)는 “한국 가수들의 앨범을 합법적으로 내려받기가 쉽지 않다. 해외 팬들에게 접근성이 좋은 다운로드 시스템이 구축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싱가포르에서 온 총페이원 씨(26·회사원)는 “케이팝 관련 웹사이트에 영어 메뉴와 국제 배송 메뉴가 없는 경우가 많아 불편하다”고 했다.

오정현 인턴기자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3년   
한형직 인턴기자 서울대 사회학과 3년   
강미은 인턴기자 연세대 사회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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