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IT 황제’ 잡스가 왜 대체의학에 빠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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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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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똑똑한 사람들이 헛소리를 믿게 될까/스티븐 로 지음·윤경미 옮김/1만5000원·416쪽·와이즈베리

와이즈베리 제공
와이즈베리 제공
지난해 세상을 떠난 스티브 잡스는 췌장암 치료를 위해 한때 대체의학에 의존했다고 알려졌다. 두뇌로 세상을 바꾼 정보기술(IT) 기업가가 왜 과학적으로 검증되지도 않은 대체의학을 따랐을까. 교육 수준이 높거나 해박한 과학 지식을 갖춘 사람 중에도 어처구니없는 믿음을 가진 이가 많다. 대체의학, 점성술, 광신론, 미확인비행물체(UFO)의 존재를 믿는 사람도 여전히 많다. 외계인이 피라미드를 세웠다고 생각하거나 2001년 9월 11일에 세계무역센터를 무너뜨린 것은 미국 정부라고 믿는 사람도 인터넷 등에서 목소리를 높인다.

영국의 철학자인 저자는 사람들을 비합리적 신념체계로 끌어당기는 ‘지적 블랙홀’이라는 덫이 우리 주변에 펴져 있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이 덫은 무심코 빠져들긴 쉽지만 나오기 어려운 ‘심리적 파리지옥’이다. 사람들에게 돈을 뜯어내거나 심할 경우 가족이나 친구마저 버리게 만드는 위험한 함정인 것이다. 지적 블랙홀에 푹 빠진 사람들은 주위 사람들의 이성적 비판에 대항해 자신들의 믿음을 정당화하게 된다. 저자는 이들이 의존하는 ‘합리화 전략’을 8가지로 나눠 설명하며 철학과 과학, 심리학 등을 근거로 그 맹점을 꼬집는다.

대표적인 것이 ‘미스터리 카드’ 전략이다. 누군가 유령이나 천사, 신, 초능력 등 초자연적 존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 “그건 과학이나 이성이 결정할 수 있는 영역 너머의 일”이라고 못박아버리는 것이다.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뭔가 있는 척하는 ‘거짓 심오’ 전략을 구사하는 사람도 있다.

자신들의 치료약으로 효과를 본 소수의 사례만으로 약의 효능을 광고하는 돌팔이 약장수들의 수법은 ‘일화 나열하기’ 전략으로 설명할 수 있다. 우연의 일치는 누구에게나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우리가 용하다는 점쟁이들을 찾아다니는 것도, 이들의 예언이 빗나간 경우는 무시해버리고 우연히 들어맞은 몇 가지 사건에 지나치게 의미를 두게 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생의 성공, 마케팅, 사업, 데이트 등의 ‘비결’을 알려준다고 약속하는 자기계발 강연이나 책에 대해서도 ‘헛소리’라고 일축한다. 대체로 자기계발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비결’을 팔기 위해 저자가 분류한 8가지 합리화 전략 중 절반 정도에 의존한다고 설명한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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