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꽃미남들간 닭살 우정에 여심도 콩닥콩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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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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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홈즈: 그림자게임’(왼쪽)과 ‘마이웨이’ 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SK 플레닛·CJ 엔터테인머트 제공
‘셜록홈즈: 그림자게임’(왼쪽)과 ‘마이웨이’ 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SK 플레닛·CJ 엔터테인머트 제공
조수 존 왓슨의 약혼녀 메리를 질투하며 “나야? 메리야?”를 시시때때로 외치는 명탐정 셜록 홈즈. 파티장에서 다른 여인에게 춤을 신청하는 홈즈를 보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는 왓슨.(‘셜록 홈즈: 그림자 게임’)

“넌 꼭 살아서 고향으로 가야 해”를 외치며 일본인 친구 하세가와 다쓰오를 등에 업고 험준한 설산을 넘는 조선인 김준식. 그런 그를 모성애를 자극하는 아련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다쓰오.(‘마이웨이’)

최근 개봉한 영화 ‘셜록 홈즈: 그림자 게임’과 ‘마이웨이’의 한 장면이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주드 로와 장동건-오다기리 조 등 훈남 배우들의 ‘수상한’ 팀워크를 보며 “어머, 이 남자들 무슨 관계야?”라고 외치기 쉽지만, 선을 넘는 섹슈얼한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바로 남자들 간의 닭살 우정, ‘브로맨스(Bromance)’를 표방한 작품인 것.

‘브러더(Brother)’와 ‘로맨스(Romance)’의 합성어인 브로맨스는 우정을 넘어선 남자들 간의 끈끈한 애정관계를 뜻한다. 2010년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에도 실린 신조어다.

‘브로맨스’는 BL(Boys love)물이라고 불리는 게이 만화·소설과는 다르다. 상반신을 노출한 홈즈가 날아드는 총알을 피하며 “왓슨, 이리 와서 눕게”라고 팔베개를 권하고, 왓슨은 못 이기는 척 드러눕지만, 두 남자에게는 엄연히 사랑하는 여인네가 따로 있다.

영화평론가 심영섭 씨는 “브로맨스는 남성 관객에겐 수컷들만의 진한 동지애라는 판타지를 선사하고, 여성 관객에겐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켜준다”며 “특히 꽃미남이 세트로 나오니, 여성들이 더 열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브로맨스’ 코드는 최근 국내 드라마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현재 방영 중인 채널A 개국 특집 드라마 ‘컬러 오브 우먼’에서는 화장품 회사의 까칠한 본부장 윤준수(재희)와 꽃미남 브랜드 매니저 강찬진(심지호)이 한 집에서 알콩달콩 동거하며 새로운 브로맨스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9월 종영한 SBS 드라마 ‘보스를 지켜라’는 차지헌(지성)-차무원(김재중) ‘차차 커플’을 탄생시켰다. 극중 사촌 관계인 두 사람은 평소에는 기업 후계자 자리를 놓고 티격태격하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 “내가 위로해 줄게”라며 포옹해 안방 여심을 술렁이게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2011년 방송사 연기대상 베스트커플상 후보로 남남(男男) 커플이 오르기도 했다. 비록 수상은 불발됐지만 KBS ‘브레인’의 이강훈(신하균)과 김상철(정진영), SBS ‘뿌리 깊은 나무’의 세종(한석규)과 무휼(조진웅)이 후보에 올랐다. 또 연예대상에서는 MBC ‘무한도전’의 박명수와 정준하가 커플상을 받았다.

‘브로맨스’ 열풍에 대해 정석희 대중문화 칼럼니스트는 “성(性)을 떠나 인간관계를 재미있게 그려내 유쾌하다”며 “여성들의 과도한 우정은 자연스럽게 용인되는 반면에 남자들의 우정은 ‘여기까지만!’이라는 암묵적인 선이 있다. 브로맨스 역시 인간적인 믿음이 바탕에 깔린 서로 의지하는 관계로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이슬비 동아닷컴 기자 misty8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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