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2012]영화평론 ‘살아남은 자의 슬픔…’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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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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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적이고 풍요로운 분석 매력

전찬일
단평이 요구하는 기본적 덕목들을 충분히 갖춘 글은 전체 응모작들 가운데 단 한 편도 없었다. 두세 편의 후보작은 물론이고 최종 당선작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가작 아닌 당선작을 낸 건, 그 가능성과 잠재력 때문이다. 단평과 장평 두 범주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자웅을 겨룬 건 두 명이다. 단평 ‘비트냐, 펑크냐-<써니>(2011)에 관하여’와 장평 ‘개들의 예감-<황해>(2010), <무산일기>(2010), <풍산개>(2011)에 관하여’의 엄준석, 단평 ‘살아남은 자의 슬픔, 죽은 자의 비문(秘文)-<무산일기>의 자기반영성’과 장평 ‘욕망의 모호한 대상, 혹은 욕망의 모호한 시간-<북촌방향>의 이시성(異時性)과 이소성(異所性)’의 김정(본명 김혜란)이었다.

이들의 단평들도 만족스럽진 않지만 장평에서 빛을 발한다. 엄준석이 ‘확산적’ ‘거시적’이라면, 김정은 ‘집중적’ ‘미시적’이다. 엄준석은 ‘개와 카메라의 여정’을 통해 국민국가가 직면해 있는 다양한 위기를 배회하는, 일종의 ‘유기견’의 생태학적 보고로 분석한다. 다만 논리 전개의 정교함에 비해 문장의 완결성이 떨어진다.

김정의 글은 기표인 비주얼과 사운드 등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으면서 ‘북촌방향’의 시공간 안으로만 파고 들어가는 건 아쉬움을 넘어 유감이다. 하지만 ‘북촌방향’과 홍상수 영화 세계 전반에 대한 분석과 종합이 그 어느 글보다 심층적이며 풍요롭다. 상호 텍스트적으로 이처럼 풍성한 글을 언제 만났나 싶을 정도다. 미술과 사진, 영화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펼치는 논지는 융합적 글쓰기의 한 전범으로서 손색없다.

전찬일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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