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연극이… 모난 내 마음 치료해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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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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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에 출연하는 다섯 명의 중증장애 배우. 이들은 일부 대사를 리드미컬한 몸짓으로 표현한다. 극단 애인 제공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에 출연하는 다섯 명의 중증장애 배우. 이들은 일부 대사를 리드미컬한 몸짓으로 표현한다. 극단 애인 제공
피부색과 외모가 달라 불편한 마음, 몸놀림이 어색하다고 무시하는 마음, 발음이 어눌하다고 깔보는 마음…. 이런 마음들을 씻어줄 두 편의 독특한 연극이 나란히 연말 무대에 오른다. 15∼31일 서울 대학로 원더스페이스 네모극장에서 공연될 어린이전문극단 사다리의 ‘엄마가 모르는 친구’와 15∼25일 서울 성산동 성미산 마을극장에서 공연될 장애인극단 애인의 ‘고도를 기다리며’다.

‘엄마가 모르는 친구’(고순덕 작, 최여림 연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다문화가정 어린이를 접할 때 겪을 거부감과 혼란을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풀어가는 연극이다. 초등학교 4학년생인 사야에겐 엄마에게 말하지 않은 친구 시내가 있다. 어느 날 시내가 다문화가정 출신임을 알게 된 사야는 시내와 다투고 497(사고칠)버스를 탄다. 사야의 마음속 버스이기도 한 497버스는 ‘답답한 마음’ ‘신경 쓰고 싶지 않은 마음’ ‘불편한 마음’ ‘꽁꽁 얼어붙던 마음’ 등 8개의 정류장을 지나며 사야의 마음속 고민의 행로를 그려낸다.

이 연극에는 실제 초등학교 4학년생들의 체험담이 녹아 있다. 극단 사다리는 국제아동보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과 손잡고 5∼8월 서울 등 수도권 5개 초등학교를 돌면서 4학년 어린이를 대상으로 다문화가정 출신 친구들에 대한 이해를 돕는 연극교육을 펼쳤다. 1950년대 흑백 차별 폐지를 주창한 미국 민권운동을 촉발시킨 로자 파크스 사건과 같은 차별 상황 속으로 어린이들을 던져 놓고서 그때의 심리 상태를 표현하도록 했다.

연극 속 마음의 행로는 바로 그 표현들을 끌고 온 것이다. 497버스 안에서 펼쳐지는 논쟁 역시 당시 어린이들의 토론 내용에서 그대로 가져왔다. 관람료 1000원으로 발생하는 수익은 다문화 이해교육 후원금으로 쓴다. 02-6711-1454

극단 애인의 ‘고도를 기다리며’(이연주 연출)는 12월 초 장애인문화협회에서 주최한 ‘나눔연극제’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사뮈엘 베케트의 난해하기로 유명한 부조리극을 다섯 명의 중증장애 배우가 절실한 몸의 연기로 풀어내 “오히려 베케트 원작 속 불구의 인물상에 더 가깝게 느껴졌다”는 평을 받았다. 몸이 불편한 뇌성마비장애인, 휠체어에 앉은 장애인, 지적장애인들이 축약된 대사이긴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고도(구원)를 애타게 기다리는 모습이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에게 진한 여운을 안겨준다. ‘고도를…’의 연출가 이연주 씨는 “거꾸로 매달린 나무를 배경으로 대사 분량은 줄이되 이를 몸의 리듬감과 호흡으로 표현한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올해는 장애인연극의 기폭제로 기록될 만한 해다. 3월 일본 중증장애인극단 다이헨(態變)의 ‘황웅도 잠복기’, 5월 시청각장애인 전문극단 이스라엘 날라갓센터의 ‘빵만으론 안 돼요’, 10월 호주 지적장애인 극단 백투백의 ‘작은 금속 물체’의 잇단 내한공연으로 동호인연극이나 예술치료의 일환으로만 여겨졌던 장애인연극의 예술적 지평이 확대됐다. ‘고도를…’을 통해 그런 인식 전환이 국내 연극계에 뿌리내리게 될지 주목된다. 제작진은 관객이 공연을 본 뒤 만족도에 따라 관람료를 자율적으로 내도록 했다. 010-7734-7841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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