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303>上有好者면 下必有甚焉者矣니…

  • Array
  • 입력 2011년 12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등나라 세자로부터 선왕의 상례에 관해 자문을 받은 맹자는, 다른 사람에게 이래라 저래라 요구해서는 안 되며 세자 자신이 率先(솔선)해야 한다는 뜻에서 공자의 말을 인용했다. 공자의 말씀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다. 여기서는 주자(주희)의 설을 따라 지난 회의 문장과 이번 회의 대부분을 모두 공자의 말씀으로 보기로 한다.

‘上有好者면 下必有甚焉者矣이라’는 윗자리에 있는 사람이 어떤 일을 좋아하면 아랫사람 가운데는 반드시 그 일을 더 심하게 좋아하는 자가 있게 된다는 말이다. ‘君子之德은 風也오 小人之德은 草也니 草尙之風이면 必偃이라’라는 말은 ‘논어’ ‘顔淵(안연)’편에 나온다. 尙은 ‘논어’에는 上으로 되어 있으나 모두 ‘가한다’는 뜻이다. 군자와 소인은 지위가 있느냐 없느냐를 기준으로 나누어 말한 것이다. 君子之德과 小人之德의 德은 인격을 뜻한다. ‘草尙之風이면 必偃이라’는 ‘풀은 위에 바람이 불어오면 반드시 눕는다’는 뜻이다. 之는 草를 가리킨다. 是在世子는 이 일은 세자가 스스로 슬픔을 곡진하게 드러내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달려 있을 따름이라는 말이다. ‘이 일’이란 百官有司(백관유사·조정의 모든 관료)를 설득하여 선왕 定公의 상례를 고례에 따라 치르는 일을 말한다.

‘안연’편에 보면 魯(노)나라 대부 季康子(계강자)가 ‘無道한 자를 죽여 본보기를 보임으로써 백성들을 올바른 길로 나아가게 한다면 어떻겠습니까?’ 하자, 공자는 ‘어째서 사람을 죽이는 방법을 쓰려고 합니까? 당신이 스스로 善을 추구한다면 백성들도 저절로 善으로 나아갈 것입니다’라고 말한 후 풀과 바람의 비유를 들었다.

김수영의 시가 말하듯 풀은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다시 누웠다.’ 풀이 울지 않도록 惠風(혜풍)이 불었으면 좋겠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