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294>書曰若藥이 不瞑眩이면 厥疾이 불추라 하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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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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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문공·상’편 제1장은 맹자가 송나라에 머물고 있을 때 세자 시절의 등나라 문공과 나눈 이야기를 기록했다. 맹자는 堯(요)舜(순)이나 평범한 인간이나 모두 선한 본성에 따라 나가는 것이 도라고 강조하고, 등나라는 비록 영토가 작지만 선을 실행하는 좋은 나라가 될 수 있으리라고 축언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서경’의 구절을 인용해, 그렇기는 해도 크게 분발하여 노력하지 않으면 좋은 나라가 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맹자가 인용한 ‘서경’의 구절은 현재 商書 ‘說命(열명)’편에 들어 있다. ‘열명’편은 殷(은)나라의 高宗인 武丁(무정)과 당시의 재상인 傅說(부열)이 주고받은 命과 誥(고)로 이루어져 있다. 단, 위작의 고문상서이다. 따라서 맹자가 인용한 ‘서경’은 실제로는 전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옳다.

若∼은 ‘만일 ∼이라면’의 뜻을 지닌다. 瞑眩(명현)은 약이 독하여 눈앞이 어질어질한 것을 말한다. 厥은 ‘그’라는 뜻의 지시사다.

맹자가 인용한 ‘서경’의 말은 본래 곤란한 상태에 있어도 크게 분발하면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조선시대에는 흔히 군주가 諫言(간언)을 받아들일 것을 충고하는 말로 쓰였다. 숙종은 세자를 위해 ‘儆戒十箴(경계십잠)’을 지어주었는데, 그 가운데 ‘納忠言箴(납충언잠)’은 다음과 같다. ‘藥不瞑眩(약불명현), 厥疾奚추(궐질해추). 勿謂逆心(물위역심), 而必反求(이필반구). 求之如何(구지여하), 必有其道(필유기도). 惟將太甲(유장태갑), 反覆戒告(반복계고).’ 풀이하면 이러하다. ‘약이 독하지 않으면, 그 병이 어이 나으랴. 마음에 거슬린다 하지 말고, 반드시 돌이켜 구하라. 어떻게 구할 것인가, 반드시 그 법이 있도다. 오직 태갑의 일로써, 반복하여 경계하고 충고하라.’ 태갑은 은나라 왕이었으나 德을 밝히지 못하자 재상 伊尹이 그를 3년 동안 桐(동) 땅에 추방했다가 그가 뒤에 마음을 바로잡고 행실을 고치자 왕의 자리에 복위시켰다. 숙종은 태갑의 일을 귀감으로 삼아 군주로서의 덕을 밝히라고 세자에게 권면하되, 반드시 충언을 받아들이라고 당부한 것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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