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의 외교고문 美헐버트 소설 ‘안개 속의 얼굴’ 국내 첫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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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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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한국을 구해주소서”

“‘청일전쟁 후 당신도 알다시피 우리 일본은 한국에 특별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한국은 아직 우리에게 종속되지는 않지만, 바로 다음에는 그렇게 될 것입니다.’ 미국인은 일본인을 똑바로 쳐다보며 기도하듯 말했다. ‘그러면, 하느님이 한국을 구해주시기를!’” (호머 헐버트의 ‘안개 속의 얼굴’ 중)

구한말 고종의 외교 고문으로 조선의 독립을 위해 헌신했던 미국인 호머 헐버트(1863∼1949·사진)는 ‘한국사’(1905년)와 ‘대한제국의 멸망’(1906년) 등 한국학 책을 저술해 해외에 한국을 알리는 데 앞장섰다. 그러나 그가 미국 청소년에게 한국을 소개하기 위한 소설을 썼다는 사실은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헐버트가 제주도를 배경으로 쓴 장편 모험소설 ‘안개 속의 얼굴’(1926년)이 최근 국내에서 처음으로 번역 출간됐다. 번역은 이현표 전 주미한국대사관 문화홍보원장이, 출판은 코러스 출판사가 맡았다.

‘안개 속의 얼굴’은 1900년 의화단 사건으로 약탈의 도시로 변한 중국 베이징(北京)의 황실도서관에서 미군 장교가 몽골 제국의 암호 문서를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암호를 바탕으로 제주도에 숨겨진 보물을 찾을 수 있다고 확신한 주인공은 동료 2명과 함께 제주도로 향하고, 목화라는 해녀를 만나 우정을 쌓는다.

책에는 17세기 제주도에 표류한 헨드릭 하멜도 언급되며 제주도의 전설과 우리의 불교, 굿 등의 문화도 소개돼 있다. “한라산은 이다(Ida·소아시아 북서부 산맥에 있는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의 성소)나 올림포스만큼이나 많은 전설이 숨 쉬고 있는 곳이다.” “탐라는 제주도의 고대 왕국 이름이란다. 14세기에 몽골인이 한국을 침략했고, 이 야만인들은 일본 정벌을 위해 제주도를 말 사육하는 곳으로 이용했단다.” “제주도 여자는 한국의 다른 지역의 여인보다도 더 많은 힘과 자유를 누린다.”

1886년 육영공원 영어교사로 조선 땅에 첫발을 디딘 헐버트는 고종황제를 보좌해 교육분야 총책임자 및 외교자문관으로 일했다. 1905년 을사늑약 후 고종의 밀서를 가지고 미국으로 건너가 국무장관과 대통령을 면담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1907년에는 이준 열사 등과 함께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밀사로 참석하는 등 항일운동에 앞장섰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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