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291>顔淵曰 舜何人也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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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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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요순의 도나 우리 평범한 인간의 도나 한가지여서 오로지 본래의 선한 본성에 따라 나가는 것이 도라고 보았다. 그러고서 과거의 인물 가운데 成한(성간), 顔淵(안연), 公明儀(공명의)가 성현과 보통사람 사이에 차이가 없다고 언급했던 말들을 차례로 인용했다. 앞서는 성간의 말을 보았고, 이번에는 안연의 말을 보았다.

顔淵은 공자가 가장 사랑한 제자이다. 有爲者亦若是는 어떤 일이든 훌륭하게 완수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누구든 순임금처럼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주자(주희)의 해설에 따르면 이 말은 안연이 한 말이다. 그런데 한나라 때 趙岐(조기)는 이것을 맹자의 부연으로 보았다. 여기서는 주자의 설에 따랐다. 若是는 ‘이와 같이’인데, 이 구절에서는 ‘순임금과 같이’라는 뜻을 함축한다.

고려 말에 李穡(이색)의 문생 柳伯濡(유백유)는 ‘가죽나무(樗)나 상수리나무((력,역))는 쓸모없는 재목이기 때문에 자연의 수명을 다한다’는 뜻에서 자신의 거처에 樗亭(저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이색에게 기문을 써달라고 청하자 이색은 ‘樗亭記(저정기)’에서 이렇게 말했다. ‘益齋(익재) 李齊賢(이제현)은 자신의 호에 (력,역)(역)이라는 글자를 붙이기는 했지만 종신토록 廟堂(묘당·조정)에 몸담고서 5대의 조정에 차례로 헌신했으며, 그와 동시에 도덕과 문장으로 천하에 이름을 날렸다. 익재로 말하면 불세출의 인물인 만큼 사람들이 그처럼 되기 어렵다는 자신의 한계를 물론 느끼지 않을 수 없겠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순임금은 어떤 사람이며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말도 있고 보면 목표를 높이 두어야 하지 결코 自暴自棄(자포자기)해서는 안 된다.’

‘순임금은 어떤 사람이며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말은 정녕 우리로 하여금 자포자기해서는 안 된다고 용기를 북돋워주는 소중한 금언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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