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42년 禁書 자유의 봄 찾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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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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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폴리서 동성애-인권 관련 책 전시회

리비아 트리폴리의 이탈리아 왕궁에서 열린 금서 전시회에서 시민들이 책을 구경하고 있다. CNN 화면 캡처
리비아 트리폴리의 이탈리아 왕궁에서 열린 금서 전시회에서 시민들이 책을 구경하고 있다. CNN 화면 캡처
‘사담 후세인의 비밀스러운 인생’, ‘아랍 세계의 섹스’에서부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자서전 ‘나의 아버지로부터의 꿈’의 아랍어 번역본까지.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의 ‘이탈리아 왕궁’에서는 최근 백파이프 연주자들의 축하 팡파르와 함께 42년간 금서 목록에 올랐던 책 수백 권이 당당히 전시됐다.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지면서 리비아인들이 독서와 사상의 자유를 얻게 된 것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카다피 체제에서 핍박을 받고 해외로 망명했던 지식인들과 군 지도자들이 주축이 되어 전시회를 열었다.

행사 장소인 이탈리아 왕궁은 카다피 시절 공공도서관과 박물관으로 쓰여 왔으나 시민들의 지적 갈증을 채워주는 곳이라기보다 독재정권이 시민들의 사상을 통제하기 위한 세뇌의 장소였다. 이제는 리비아가 다양한 지식과 사상을 제한 없이 포용할 준비가 되었다는 의미에서 이곳에서 금서 전시회를 연 것이다.

금서 전시회에는 종교, 과학, 수학, 철학뿐 아니라 아랍권의 인권 현실에 관한 책,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에 관한 책, 반종교주의자인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책, 심지어 아랍 세계에서 철저히 금기시되는 동성애에 관한 책까지 전시됐다고 캐나다 일간지 ‘토론토스타’와 미국의 CNN 등이 보도했다.

리비아의 지식인들은 “이제야 지적 자유를 찾게 됐다”며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이 행사에 참석한 언론인 겸 인권운동가 하산 알아민 씨는 “우리는 자유로운 사고가 금지됐던 시대에 작별을 고한다. 이곳에 시민사회가 막 뿌리내리는 것이 보인다”고 말했다. 트리폴리 혁명단의 지도자인 압둘라 알하라티 씨는 “우리는 군사적 투쟁이 아니라 지적 투쟁을 벌이고 있다”며 “카다피가 부정하려 했던 지식을 기반으로 국가를 세우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행사를 조직하는 데 참여한 압델 미넴 씨는 “리비아가 어둠의 시대에서 빠져나오고 있다”며 “리비아 시민들이 다양한 견해를 접하고 비판적 사고를 키울 때가 됐다”며 환영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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