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278>予豈若是小丈夫然哉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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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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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客卿(객경)으로 있으면서 정치의 자문에 응한 결과 제나라는 도리를 실행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부득이 제나라를 떠나기로 했다. 그래서 도성을 나와 晝(주) 땅에 사흘간 머물다가 나갔다. 그러자 제나라 사람 尹士가 맹자를 비난했다. 그의 말을 전해 듣고 맹자는, 왕이 혹시라도 마음을 바꿀까 기대하여 주 땅을 곧바로 나가지 못했노라고 변론했다. 그러고서 자신은 諫言(간언)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불끈 화를 내어 곧장 길을 떠나버리는 소장부와는 다르다고 부연했다.

是는 ‘이’라는 지시사로, 뒤에 나오는 행태를 취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然은 그렇게 한다는 뜻의 代詞(대사)인데, 여기서는 뒤에 나오는 내용을 가리킨다. 이렇게 是와 然이 모두 뒤의 내용을 가리키므로 위의 문장을 풀이할 때 ‘어찌 이 소장부와 같이 군주에게 간하다가 받아주지 않으면…’ 하는 식으로 위 문장과 아래 문장을 연결해서 풀이하기도 한다. 不受는 자신의 간언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행행然(행행연)은 노한 모습이다. 見於其面(현어기면)은 노기를 그 얼굴에 드러낸다는 말이다. 窮日之力은 진종일 사용할 수 있는 힘, 하루 종일 갈 수 있는 힘을 가리킨다. 혹 ‘해가 넘어간 뒤에’라고 풀이하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취하지 않았다.

李珥(이이)가 사직하자 선조는 ‘귀 씻고 인간의 일을 듣지 않고, 소나무와 벗하고 사슴과 무리를 이루네(洗耳人間事不聞, 靑松爲友鹿爲群)’라는 시 구절을 외웠다. 벼슬을 내놓고 돌아가라는 뜻이다. 그러자 어떤 사람이 ‘임금께서 그런 글귀를 외우셨다면 이튿날이라도 즉시 물러가야 할 것이지’ 했다. 이이는 ‘조정에 있어야 아무 도움과 이익이 없기 때문에 물러가는 것이지, 어찌 임금께서 그런 시를 외우셨다고 물러가기를 결정했겠는가. 그 일 때문에 물러가겠다고 결정하여 이튿날 곧장 떠난다면 小丈夫의 발끈하는 짓이다’라고 했다. 소장부의 행동을 짓지 않고 멋지게 물러날 줄 아는 사람이 이즈음에도 있는가 없는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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