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음악-노래-춤 따로 논 ‘악가무일체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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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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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극 ‘꼭두-마지막 첫날’ ★★☆

음악극 ‘꼭두-마지막 첫날’은 ‘조명 쇼’를 보는 듯한 빛의 향연이 과도해 극 전체의 통일성을 해쳤다. LG아트센터 제공
음악극 ‘꼭두-마지막 첫날’은 ‘조명 쇼’를 보는 듯한 빛의 향연이 과도해 극 전체의 통일성을 해쳤다. LG아트센터 제공
‘꼭두-마지막 첫날’ 공연 시작을 앞두고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 공연장의 로비엔 안개가 자욱했다. 그 안개가 공연에 사용할 ‘포그’(무대 연출용으로 사용하는 수증기)였고 무대와 객석을 채우고 로비까지 흘러나온 것임을 알았을 때 이번 공연이 얼마나 ‘과잉’으로 치달을지 예상했어야 했다.

상여를 장식하는 나무인형인 꼭두를 모티브로 한 이 작품은 창작국악계의 대표 브랜드가 된 원일 씨가 이끌고 있는 연주단체 ‘바람곶’의 야심작이다. 춤과 노래, 음악, 몸짓이 융화된 악가무일체(樂歌舞一體), 즉 우리 전통 음악의 원형을 복원한다는 취지로 1년여 공들여 준비했다. 하지만 20∼22일 LG아트센터에서 열린 공연은 극의 요소들이 공연 전체에 녹아들기보다 튀고 겉돌아 감동은커녕 재미를 주는 데도 실패했다.

무대 예술에서 무대 장치와 무대 효과는 부족한 듯 보이는 것이 넘치는 것보다는 낫다는 사실을 이번 공연에서도 확인했다. 초반 참신하게 느껴졌던 조명이 무대를 돋보이게 하는 보조 효과가 아니라 아예 ‘조명 쇼’를 연상시킬 만큼 남발된 탓에 나중엔 눈이 피로할 지경이었다.

대금, 해금, 가야금 등 전통 악기의 개성적인 음색으로 무대 분위기를 다채롭게 이끈 음악은 훌륭했다는 평을 받았지만 마이크로 증폭된 배우들의 말소리가 너무 커 삶과 죽음을 반추하는 진지한 음악극을 가벼운 뮤지컬처럼 만들어 버렸다.

줄거리는 저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꼭두들을 만난 운생(정영두)이 자신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하고 삶에 집착하다가 꼭두들의 안내로 지나온 삶을 반추한 끝에 죽음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제목이 ‘마지막 첫날’인 것은 삶이 끝나는 마지막이면서 저승이라는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시작을 뜻한다.

그러나 운생의 마음이 ‘집착’에서 ‘초탈’로 변하는 과정의 극적 인과성이 부족했다. 죽음 앞에 벌벌 떨던 운생은 별다른 과정도 없이 갑작스럽게 평온한 얼굴로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제야 온전히 나”라고 선언한다. 극 막판 중요해지는 옷 짜는 여인 문(최희진)의 정체는 끝까지 모호했다. 정영두 씨가 직접 맡은 안무는 극 초반 남자 무용수 셋이 좁은 공간에서 끊임없이 교차하면서 한 몸으로 합쳤다 분리되며 세속적 삶의 각박함을 잘 표현했지만 전체적으론 공연과 따로 논다는 느낌이 강했다.

‘죽음 이후의 세계’라는, 관객 각자가 스스로 생각할 여지가 많은 주제를 다뤄 열린 공연이 될 수도 있었지만 아쉽게도 결국에는 너무나 직접적인 메시지 전달로 인해 닫힌 공연이 되고 말았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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