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손과 발에 불꽃 튈때 숨조차 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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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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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국립 플라멩코 발레단 첫 내한 공연 ★★★★★

전설의 무용수 카르멘아마야의 삶을 각기 다른 복장의 여성 두 명이 정열적 춤으로 표현한 2인무는 이번 스페인 국립 플라멩코발레단 공연의 백미였다. LG아트센터 제공
전설의 무용수 카르멘아마야의 삶을 각기 다른 복장의 여성 두 명이 정열적 춤으로 표현한 2인무는 이번 스페인 국립 플라멩코발레단 공연의 백미였다. LG아트센터 제공
스페인 국립 플라멩코 발레단의 첫 내한 공연(6∼9일 LG아트센터)은 대성공이었다. 제대로 된 플라멩코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일까. 4회 공연의 1, 2층 객석 입장권은 일찍 매진됐다. 다른 무용공연과 달리 일반관객이 크게 몰렸다.

공연장 내 분위기도 폭발적이었다. 객석이 꽉 찬 공연으로 어수선하지 않은 경우가 드문데, 어린이 관객이 많았는데도 2시간 공연 내내 진지했다. 강렬하면서도 섬세한 플라멩코의 발동작이 절정으로 치닫는 순간엔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공연이 끝나는 순간 우레와 같은 박수가 나왔다.

1부 ‘두알리아(듀엣)’가 무용수들이 검은 판초를 휘두르며 남성적 매력을 한껏 보였다면 전설의 무용수 카르멘 아마야의 생을 다룬 2부 ‘라 레옌다(전설)’는 종합 플라멩코 쇼의 진수를 보여줬다. 21명의 무용수가 펼치는 눈부신 발동작, 이와 대비되는 부드러우면서도 절도 있는 팔동작은 최고조의 기술적 아름다움을 나타냈다. 빠른 발 구르기에서 비롯된 소리와 어우러지는 캐스터네츠의 경쾌한 리듬은 춤이 만들어내는 소리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했다. 특히 일사불란한 군무의 순간이 그랬다. 공연은 플라멩코에서 빼놓을 수 없는 현란한 조합의 손뼉 치기, 집시의 한이 묻어나는 노래와 기타 연주가 펼쳐지면서 두엔데(황홀경)로 깊이 빠져들었다. 실제 아마야가 입었을 법한 긴 꼬리의 화려한 치마와 투우사가 입는 마타도르 바지를 각각 입은 여성 2인무는 이 드라마의 피날레였다.

플라멩코는 지난해 말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세기를 거쳐 지켜온 전통 춤을 현대인들이 즐길 수 있도록 다듬은 노력의 결과였다. 원초적 에너지를 품은 마력의 집시 춤이지만 한정된 공간에서 별다른 도약 없이 진행되는 춤 기술은 때로 지루할 수도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줄거리를 도입하여 극장예술의 묘미를 살렸다.

최근 국내에선 볼룸댄스가 대중과 한결 가까워졌다. ‘춤바람’의 부정적 뉘앙스는 사라지고, 삶의 질을 높이는 건강한 커뮤니티댄스로 거듭나고 있다. 문득 ‘당신의 일상에 열정을 더하라’는 광고문구가 생각났다. 플라멩코만큼 열정적인 춤은 찾기 어렵다. 여느 춤보다 정열적이면서, 일정한 거리감으로 긴장감을 유지하는 절제미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플라멩코’가 ‘플라마(불꽃)’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듯이.

장인주 무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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