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커버스토리]오징어인 줄 알았는데 꼴뚜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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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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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징어의 사촌 팔촌들

오징어라 해서 다 같은 오징어가 아니다. 사촌도 많고, 팔촌도 많은데 무턱대고 ‘얘도 오징어’ ‘쟤도 오징어’라고 할 순 없지 않은가. 그래서 준비했다. 한국 연안에서 쉽게 잡히는 다양한 오징어와 그 사촌 격인 문어에 대해 아주 살짝만 파헤쳐 보자. 알고 잡으면 더 신나고, 알고 먹었을 때 더 맛있는 게 인지상정(人之常情) 아니던가.

오징어는 연체동물문(軟體動物門) 두족강(頭足綱)에 속한다. 두족강은 아가미가 2쌍인 사새류(四類)와 1쌍인 이새류로 나뉜다. 사새류는 앵무조개와 지금은 화석으로만 볼 수 있는 암모나이트가 대표적이다. 이새류에는 오징어와 꼴뚜기처럼 다리가 10개인 십각목(十脚目)과 문어, 낙지, 주꾸미 등 다리가 8개 달린 팔각목이 있다. 오징어 다리가 ‘다리’가 아니라 ‘팔’이라 주장하는 이들은 십완(腕)목, 팔완목으로 번역하기도 한다.

오징어는 기껏 3cm 크기인 귀오징어부터 몸길이가 18m에 이르는 대왕오징어까지 세계적으로 500종이 넘고, 문어도 100여 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인근에서는 오징어 및 꼴뚜기 30여 종과 문어 9종이 살고 있다. 꼭 외워둬야 할 이유는 없지만 대략적인 족보가 그렇다는 얘기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소개의 영광을 안게 된 주인공은 흰꼴뚜기, 창꼴뚜기, 반원니꼴뚜기, 대문어 등 넷이다. 가장 흔한 살오징어(한국에서 잡히는 십각목의 97%를 차지함)는 제외했다. 각 오징어나 꼴뚜기의 이름은 지역별로도 다르고, 속명이 마치 표준 명칭인 양 불리기도 한다. 심지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존재한다. 아래의 설명은 국립수산과학원 김영혜 박사와 한국해양과학원 박흥식 박사에게 자문해 작성했다. 오징어 낚시에 대한 서적인 ‘실전 에깅 & 지깅’(낚시춘추 편집부·예조원)도 참고했다.  
○ 흰꼴뚜기(흰오징어)

흰꼴뚜기라는 공식 명칭은 전문 낚시꾼에게조차 낯설다. 보통은 흰오징어라 불린다. 일부는 수컷이 가진 흰줄무늬 때문에 무늬오징어(입술무늬갑오징어)와 헛갈리기도 한다. 제주도를 비롯한 남해안과 동서해안의 남쪽에서 주로 만날 수 있다. 흰꼴뚜기는 낚시꾼들에게 인기가 많다. 다 자라면 2kg이 넘을 정도로 크고 맛도 좋기 때문. 게다가 연안 접근성이 강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지 않더라도 갯바위나 방파제에서도 쉽게 낚을 수 있다. 지느러미가 몸통 길이의 90%나 될 정도여서 생김새는 전체적으로 넓적하다. 산란을 위해 연안에 모이는 봄부터 초여름까지는 “미끼만 던지면 낚이더라”라는 꾼들의 무용담을 실제 체험할 수 있다. 새끼들이 어느 정도 성장한 10월도 흰꼴뚜기 제철.  
○ 창꼴뚜기


흔히 “맛으로는 한치가 오징어보다 한 수 위”라고들 한다. 제주도 인근에서 낚이는 창꼴뚜기가 바로 이 한치. 다리 길이가 조금 과장해 손가락 한마디 길이밖에 안 된다고 하여 붙은 속명이다. 동해안에서 잡히는 화살꼴뚜기도 한치라 불리지만 우리나라에선 창꼴뚜기가 훨씬 많이 잡힌다. 베트남 인근에서 서식하는 한치꼴뚜기까지 한치로 통칭한다. 창꼴뚜기는 화살꼴뚜기와 크기, 생김새가 비슷해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둘의 차이를 꼽으라면 화살꼴뚜기가 창꼴뚜기보다 희고 투명하며 지느러미 끝이 더 뾰족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창꼴뚜기는 한여름부터 가을까지 가장 쉽게 잡을 수 있다. 완전한 야행성이어서 낮에는 깊은 바다에 머물다 밤이 되면 연안으로 접근하는데 초저녁과 새벽이 낚시에는 가장 좋은 시간대다.  
○ 반원니꼴뚜기(왜오징어)


반원니꼴뚜기와 참꼴뚜기 등은 자라도 몸길이가 10cm가 채 안 되는 작은 오징어다. ‘도토리 키 재기’이긴 하지만 반원니꼴뚜기가 참꼴뚜기보다 조금 더 크다. 낚시꾼들은 생김새나 모양이 유사한 이 둘을 ‘호래기’라 부르기도 한다. 게다가 서식 환경이나 산란 시기도 비슷해 경험 많은 낚시꾼들도 구분하기 힘들어한다. 게다가 어린 창꼴뚜기가 섞이면 혼란은 더욱 가중된다. 작다고 해서 ‘왜오징어’라고도 불리는 반원니꼴뚜기는 마름모꼴 모양의 지느러미가 몸통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연중 낚시가 가능하지만 이른 봄부터 초여름까지가 제철이다. 소형 저인망을 활용하는 게 보통이지만 요즘은 낚시로도 많이 잡는다. 수심은 불빛이 투과하는 5∼6m 지점을 노려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얕은 곳에서는 거의 재미를 보기 힘들다. 미끼로는 5cm 이하로 작은 오징어뿔(에기의 일종)을 쓴다.  
○ 대문어


대문어는 팔각목의 대장 격이다. 주꾸미나 낙지는 물론이고 문어 중에서도 가장 크다. 성체는 몸길이 3m에 몸무게가 30∼40kg에 이른다. 우리나라 인근에서도 100kg이 넘는 대형 대문어가 간혹 잡히곤 한다. 이런 대문어를 낚싯대로 걷어 올리는 순간의 짜릿함은 흔한 왜문어(80cm 안팎)를 낚았을 때와는 비교가 안 된다. 대문어는 찬물을 좋아해 한류 영향을 많이 받는 동해안에서 잡을 수 있다. 겨울부터 대문어 낚시가 가능한데 가장 성공률이 높을 때는 3∼4월이다. 낮에는 바위틈 사이의 작은 굴 속 등 좁은 공간을 집 삼아 가만히 웅크리고 지내다 어두워지면 먹이를 사냥하러 다닌다. 낚시에 가장 적절한 시간은 완전히 어두워졌을 때보다는 초저녁에서 해가 넘어갈 때까지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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