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출가 로버트 윌슨 “빛은 내 작품의 시작과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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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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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극 ‘마크로풀로스의 비밀’로 한국 찾는 美 연출가 로버트 윌슨

‘마크로풀로스의 비밀’ 공연에는 로버트 윌슨의 장기인 조명 기술을 활용한 감각적 장면이 여럿 등장한다. 국립극장 제공
‘마크로풀로스의 비밀’ 공연에는 로버트 윌슨의 장기인 조명 기술을 활용한 감각적 장면이 여럿 등장한다. 국립극장 제공
‘이미지극의 대가’로 불리는 미국 출신 연출가 로버트 윌슨(70). 그에 대해 ‘공연 예술의 경계를 확장시켰다’는 평가는 과장이 아니다. 연출가이면서 안무가, 배우, 화가, 조각가, 비디오 아티스트, 음향과 조명 디자이너로 활동해왔다. 넓은 이력의 폭만큼이나 그가 만드는 공연도 연극 오페라 무용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른다. 배우의 대사에 의존하기보다 조명과 음향을 이용해 강렬한 이미지를 선사하는 무대 연출로 유명하다.

연출가 로버트 윌슨은 “이번 공연을 통해 무엇을 느낄지는 관객 각자의 몫”이라고 말했다. 국립극장 제공
연출가 로버트 윌슨은 “이번 공연을 통해 무엇을 느낄지는 관객 각자의 몫”이라고 말했다. 국립극장 제공
지난해 직접 출연한 1인극 ‘크라프의 마지막 테이프’로 한국을 찾았던 그가 올해는 체코 작가 카렐 차페크(1890∼1938)의 ‘마크로풀로스의 비밀’로 다시 한국을 찾는다. 차페크는 20세기 체코를 대표하는 극작가. ‘로봇’이란 단어를 처음 사용한 작가로도 알려졌다. 그가 1922년 발표한 ‘마크로풀로스의 비밀’은 영생불사의 약을 먹고 337세가 된 팜 파탈 에밀리아 마르티의 비밀을 밝혀가는 내용의 환상적 희극이다. 윌슨은 지난해 프라하국립극장과 손잡고 체코를 대표하는 희곡작가의 이 작품을 자신만의 독특한 무대작법으로 새롭게 제작했다.

그는 e메일 인터뷰에서 “한국 관객은 열정적이고 내 작품과 잘 교감한다. 내 작품의 다른 면을 보여줄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2년째 한국 관객과 만난다.

“이번 작품은 음악과 춤, 훨씬 더 큰 스펙터클이 있다는 점에서 지난해 내가 연출하고 직접 출연한 1인극과는 매우 다르다. 나는 한국 관객을 사랑한다. 내 작품을 잘 받아들인다.”

―이번 작품은 프라하국립극장과 제작했는데….

“지난해 운 좋게 체코 프라하국립극장에서 유명한 두 체코 예술가의 작품을 공연하게 됐다. 레오시 야나체크의 오페라 ‘카탸 카바노바’와 카렐 차페크의 이번 작품이다. 이미 너무도 잘 알려진 작품을 그들의 모국에서 올리는 것은 큰 도전이었다.”

―오디션을 통해 직접 배우들을 뽑았다고 들었다. 올해 84세인 주인공 소냐 체르베나 씨를 포함해 60세가 넘는 배우가 5명이나 되는데….

“이 작품에 원래 나이 든 인물이 많이 등장한다. 337세인 주인공을 통해 다양한 성격의 프리즘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여기엔 아주 어린 소녀 같은 면도 포함된다. 내 작품에 맞는 움직임이나 희극적인 타이밍을 잡는 데 나이 많은 배우들이 더 탁월하다.”

―공연을 만들 때 조명을 가장 우선시한다고 알고 있다.

“조명은 항상 내 작품에선 가장 중요하다. 관객이 더 잘 듣고 더 잘 보게 하며 공간을 창조한다. 내 작품의 시작이고 끝이다. 조명이 없으면 공간도 없다.”

―또 다른 어떤 요소가 중요한가.

“모든 요소. 무대 세트, 배우의 움직임, 조명의 움직임, 소품, 물건들 주변의 공간, 소리, 공연장 안의 냄새.”

―작업을 외국에서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내 작품이 다른 문화와 어떻게 소통할 수 있는지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내 작품은 시각적이어서 대사에 중점을 두는 작품보다 쉽게 이해될 것이다. 무대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활동하는데….

“나는 추상적인 개념을 갖고 공연에 접근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가상의 공간이든 심리적 공간이든 더 많은 공간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오페라, 춤, 연극 등 모든 형태의 공연에서 마찬가지다. 이야기 위주의 작품을 할 때조차도 마찬가지다.”

―한국 극단과 함께 작업할 계획도 있나.

“현재로선 없지만 한국 전통의 이야기를 한국 배우들과 함께 공연으로 만드는 것은 매우 흥미로울 것 같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i: 국립극장페스티벌 초청작으로 30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지난해 ‘크라프의 마지막 테이프’를 공연했던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세 차례 공연한다.1만∼7만 원. 02-2280-4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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