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245>不得이면 不可以爲悅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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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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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史記(사기)’ ‘淮陰候列傳(회음후열전)’에 따르면 소년 韓信(한신)은 하도 가난해서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장례를 치를 수 없었다. 한신은 가까운 구릉에 어머니의 시신을 묻고, 훗날 반드시 성공해서 그곳에 1만 가구의 인가가 들어차게 만들리라 맹세했다고 한다. 100만의 군사를 지휘하여 싸우면 반드시 이기고 공격하면 반드시 취했던 한신의 눈부신 활약은, 구릉에 어머니를 묻고 돌아설 때의 그 눈물 속에서 胚胎(배태)된 것이다.

맹자는 어머니의 장례를 성대하게 치렀으므로 다른 학파의 사람들은 그 사실을 비난했다. 제자 充虞(충우)조차도 맹자가 어머니를 위해 사용한 棺槨(관곽)이 지나치게 아름다웠다고 느낄 정도였다. 하지만 맹자는 돌아가신 어버이를 위해 좋은 관곽을 사용하는 것은 말려야 말 수 없는 마음 때문에 그런 것이지, 외관을 꾸미려고 그런 것이 아니라고 했다. 나아가 맹자는 옛사람도 법에 抵觸(저촉)되지 않고 재물이 허락할 때에는 어버이를 위에 좋은 관곽을 사용했다고 환기시키고, 나도 역시 그렇게 했을 따름이라고 스스로를 변호했다.

不得은 어버이를 위해 좋은 관곽을 만들어 장사지내려 해도 법제 때문에 할 수 없다는 뜻이다. 不可以爲悅은 기쁨을 느낄 수 없다는 말로, 以는 어조를 고르는 助字다. 無財는 좋은 관곽을 만들 재물이 없다는 뜻이다. 得之爲有財의 爲는 연결사 而의 잘못인 듯하다. 用之는 훌륭한 관곽을 만들어 사용했다는 말이다. 何爲는 介詞(개사) 爲의 목적어인 의문사 何를 앞으로 도치한 표현이다. 영어와 어법이 같다.

맹자는 人心을 私慾(사욕)의 덩어리라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盡人心(진인심)이 순리라고 했다. 사실 한문 고전에서 말하는 聖賢(성현)은 별스러운 존재가 아니다. 말려야 말 수 없는 本然(본연)의 감정에 따라 순리대로 행동한 사람들이다. 어머니를 편하게 해드리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기에 장례만이라도 낫게 치르고 싶어 하는 마음은 인간 누구에게나 공통된 것이 아니랴.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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