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구경꾼을 무대속으로 끌여들여라” SNS시대 진화된 ‘콘텐츠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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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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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콘텐츠의 미래/프랭크 로즈 지음·최완규 옮김/448쪽·2만 원·책 읽는 수요일

으슥한 밤, 검은 옷을 입은 근육질 남성이 잘 빠진 검은색 세단을 빠른 속도로 운전하며 악당들을 물리친다. 넓은 가슴에 그를 나타내는 심벌이 그려져 있으니, 그것은 박쥐. 1939년 처음 만화책으로 등장해 70여 년간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돼 있는 배트맨이다. 이제는 새로울 것 없는 이 슈퍼히어로를 어떻게 하면 창조적으로 마케팅할 수 있을까. 책은 448쪽으로 꽤 두껍지만 하나의 마케팅 사례만 소개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2007년 말 미국 내 21개 도시에 사는 수천 명에게 수수께끼의 e메일이 도착한다. 발신자는 ‘Why so serious?(왜 이렇게 심각해)’. 메일에 첨부된 암호를 풀자 수상한 홈페이지에 접속된다. 곧 주소가 적힌 종이가 튀어나온다.

메일을 받은 사람들은 실제 제한시간 내에 그곳에 가서 특별한 케이크를 찾으라는 지령에 따라 주소지를 찾아간다. 여기서 ‘지금 당장 전화하시오’라는 쪽지와 전화번호가 새겨진 케이크를 내준다. 케이크 안에서 울리는 벨소리. 잘라보니 휴대전화와 초대장 한 장이 숨어 있었다. 초대장엔 선명한 조커의 얼굴이 섬뜩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조커의 초대장을 받은 사람들이 영문도 모른 채 모인 곳은 영화 시사회장. 영화가 시작되자 광대 마스크를 쓴 한 무리의 강도가 은행을 터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 가운데 한 남자가 마스크를 벗는다. 조커였다. 2008년 여섯 번째 배트맨 시리즈, 영화 ‘다크 나이트’였다.

개봉하기도 전에 이 기상천외한 ‘케이크 전화’ 스토리에 수천 명이 빠져들었다. 인터넷으로 이 과정을 지켜본 사람이 미국에서만 140만 명에 이른다. 다크나이트는 33주 동안 10억 달러의 흥행 성공을 거뒀고 이는 역대 배트맨 영화 중 최고였다. 예측불허의 마케팅은 ‘올드’ 슈퍼히어로의 부활에 작지 않은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됐다.

신문과 책, 라디오, 텔레비전, 인터넷…. 매체가 진화하면서 그 안에 담긴 콘텐츠도 진화해왔다. 따라서 소셜네트워크 시대에 또 한번 진화된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마치 다크 나이트의 마케팅 사례처럼 말이다. 객체를 스토리의 주체로 끌어들여 감정적인 부분까지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그는 이를 ‘내러티브의 미래’라고 정의한다. 감정을 뒤흔드는 스토리와 1인칭의 경험이 만날 때 비로소 스토리와 현실 세계의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콘텐츠의 파급력이 생긴다. 식상한 슈퍼히어로에 사람들이 다시 열광했던 것처럼.

김진 기자 holyj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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