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11년 만에 돌아온 ‘파격’… 그때의 충격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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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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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록 발레 ‘비잉(Being)’
무대★★★★ 안무★★★☆ 무용수 기량★★★ 의상★★★☆

곳곳에 창문이 깨진 대형 창고를 배경으로 밴드의 라이브 음악에 맞춰 펼쳐낸 서울발레시어터의 록발레 ‘비잉’ 2막. 서울발레시어터 제공
곳곳에 창문이 깨진 대형 창고를 배경으로 밴드의 라이브 음악에 맞춰 펼쳐낸 서울발레시어터의 록발레 ‘비잉’ 2막. 서울발레시어터 제공
제목에 ‘익스트림’이라는 수식어를 붙였지만 공연이 주는 신선함과 충격은 11년이란 세월의 무게만큼 줄어들었다.

서울발레시어터(SBT)의 록 발레 ‘비잉(Being)’ 전막 공연이 2000년 8월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의 마지막 공연 이후 11년 만에 서울 강동구 상일동 강동아트센터 개관작으로 부활했다. 공연은 1일부터 나흘간 열렸다.

비잉은 1980년대 미국 뉴욕에서 생활한 제임스 전 SBT 상임안무가와 무대디자이너 이태섭 용인대 교수가 발레 공연을 뮤지컬처럼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현존(現存)이란 거창한 제목 아래 1995년 1편, 1996년 2편, 1998년 3편까지 제작했다. 이번 공연은 1∼3편을 연결한 전막 공연.

방황하는 젊은이가 구원의 길을 찾는다는 내용을 건물 옥상, 창고 등을 배경으로 형상화한 비잉은 첫 공연 당시 록 음악, 찢어진 청바지, 마약 복용, 매춘부와의 정사 장면 등으로 기존 발레의 틀을 깨는 파격의 연속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잘 만들어진 무대 세트, 역동성이 돋보이는 세련된 조명, 다양하고 화려한 의상 등 과연 볼거리는 풍부한 무대였다. 무대, 음악, 안무 모든 면에서 2막이 시청각적으로 가장 자극적이었다. 영국 그룹 퀸의 ‘돈 스톱 미 나우(Don't Stop Me Now)’ ‘언더 프레셔(Under Pressure)’ 같은 록 음악에 남녀 무용수의 정사 신, 힙합 댄서들의 비보이 춤, 여자 무용수들의 신나는 군무가 쉴 새 없이 이어지며 객석을 달궜다. 3막, 와이어를 착용한 무용수들이 공중에서 우아하게 춤을 추는 가운데 흰 종이 가루가 날리고 스포트라이트 조명이 무용수를 비추는 장면은 특히 아름다웠다.

반면 1막에서 남녀 주인공이 총을 맞고 죽거나 2막에서 마약을 맞은 젊은이가 흐느적대는 장면은 뉴욕에선 어울릴지 몰라도 한국이라는 시공간과는 동떨어졌다는 느낌을 줬다. 또 젊은 세대의 방황을 록과 힙합으로 풀어낸 2막 무대에 중산층의 상징인 4륜 구동 지프차나 투어용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가 등장한 것은 극의 통일성을 깨뜨렸다. 2막에 새로 힙합댄스를 삽입하고 3막에서 인라인스케이팅 장면을 보강한 것도 더는 시각적 충격으로 다가서지 못했다.

그러나 무용평론가 문애령 씨는 “국내 발레의 보수성을 감안할 때 이렇게 다양한 장르를 발레 공연에 섞는 것 자체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파격적으로 느껴진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2막에서 고조된 분위기를 3막에서 차분하게 눌러주고 갈등을 해소시키는 극의 짜임새가 돋보였고 다양한 캐릭터만큼이나 개성 강한 안무도 여전히 마음에 든다”고 평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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