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233>若於齊하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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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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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여러 제후국을 다니면서 왕도정치의 이상을 실현하고자 했다. 하지만 어느 나라에서도 제후의 신하가 되지 않고 賓師(빈사)의 자격으로 자문에 응했다. 그런데 齊나라 왕이 兼金(겸금) 100鎰(일)을 주었을 때 맹자는 받지 않았다. 兼金은 순도가 높은 금을 말한다. 하지만 맹자는 송나라에서는 70鎰을 받았고 설나라에서는 50鎰을 받았다. 맹자의 제자 陳臻(진진)은 辭受(사수·사양함과 수령함)의 일관성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그러자 맹자는, 송나라에서는 路資(노자)의 명목으로 겸금을 받았고 설나라에서는 兵備(병비) 후원의 명목으로 겸금을 받았기 때문에 어느 경우도 잘못이 아니라고 했다. 이에 비해 제나라 왕이 겸금을 준 것은 아무 명목이 없었으며, 정당한 명목 없이 재물을 주는 것은 賄賂(회뢰·뇌물을 줌)에 해당하므로 자신은 제나라의 겸금을 받지 않았다고 했다. 참고로 일본말 ‘와이로’는 고전한자어 賄賂의 일본식 발음이다.

若於齊는 ‘제나라에 있어서의 경우로 말하자면’이다. 未有處는 ‘처할 바가 있지 않았다’로, 어떤 명목에도 해당함이 없었다는 뜻이다. 無處而궤之는 ‘어떤 명목에도 해당함이 없이 준다는 것은’이다. 貨之는 금전을 賄賂의 재화로 삼는다는 뜻이다. 君子而∼는 ‘군자로서’ 정도의 뜻을 지닌다. 焉有∼는 ‘어찌 ∼하는 자가(일이) 있으랴’라는 반어적인 표현이다. 이때의 焉은 의문사다. 可以는 가능동사구다. 貨取는 재화를 가지고 誘致(유치·꾀어서 불러들임)함이다.

송나라 尹焞(윤돈)이 말했듯이 맹자는 군자라면 辭受와 取予(취여·취하고 줌)에서 오로지 義理에 마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맹자는 뒤의 ‘등文公(등문공)·하’에서도 ‘道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한 그릇의 밥이라도 남에게 받을 수 없거니와 道에 부합한다면 순임금은 요임금의 천하를 받으시면서도 지나치다 여기지 않으셨다’고 했다. 공직의 인사들과 기업의 임원들은 정말로 辭受取予에서 군자다운 떳떳한 태도를 지켜야 하리라.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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