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돈으로 산 사랑과 행복은 해피엔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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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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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애, 하는 날/최인석 지음/408쪽·1만3000원·문예중앙

전국 수십 곳에 부동산이 있는 재력가 장우는 돈으로 사고파는 물질적 연애에 익숙한 남자. 그가 뜻하지 않게 동사무소 강당에서 열리는 촌스러운 결혼식에 참석한다. 가난한 부부, 저 싸구려 한복, 이 누추한 잔치지만 부부는 행복했고, 하객은 즐거웠다.

‘내겐 저런 것이 없다.’

그는 깨닫는다. 억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소소한 생활의 행복을, 진정한 사랑을 가질 수 없다는 것. 그는 억울했다. 그는 행복한 신부 수진에게 손을 뻗쳐,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려 한다.

지난해 발표한 소설 ‘그대를 잃은 날부터’에서 현대사회의 소비문화를 비판한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물질만능주의의 가공할 공세에 맥없이 무너지는 인간의 자존감과 성(性)의식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장우는 돈으로 여자를 사고 사람을 부리며 제왕적 위치를 유지하고, 그의 처가 식구나 영업 관계에 있는 사람들은 그를, 아니 그의 부를 숭배한다. 물론 남편과 자식을 버리고 장우에게 넘어온 수진도 돈이 좋다. 하지만 수진은 장우에게 진정한 편안함을 느끼며, 그와 함께 진정한 사랑을 하려고 한다. 다른 여자들과 다른 수진의 태도에 장우는 호기심과 불안감을 동시에 느낀다.

작품은 장우의 미묘한 감정선을 따라가며 결과에 대한 호기심을 증폭시킨다. 그는 ‘마치 아내 같았다’며 수진에게 편안함을 느끼지만 자신의 감정에 혼란을 느낀다. 그는 결국 깨닫는다. 꽃은 꽃밭에 있어야 예쁘지, 꺾어서 화병에 넣는 순간 빛이 바랜다는 것을.

각각 배우자가 있는 장우와 수진의 불륜이 줄기지만 곁가지가 무수하다. 아들을 잃은 장우 부인의 슬픔,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며 회사 점거농성에 나서는 수진의 남편, 우연히 이들과 얽히게 되는 영화감독과 그의 애인의 얘기까지. 풍성한 읽을거리는 좋지만 이야기 사이의 연관성이 떨어져 산만한 느낌이다. 특히 수진 남편의 노동운동 부분은 작품 내내 겉도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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