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Life]집에서 만든 천연비누, 피부트러블 해결사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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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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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여드름-보습에 좋은 친환경비누 직접 만들기

비누 만들기 전문 강사 이유정 씨(오른쪽)가 천연비누를 만들기 위해 각종 천연재료를 섞고 있다. 장소는 경기 고양시 덕양구 행신2동 주민자치센터 생활과학강의실. 고양=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비누 만들기 전문 강사 이유정 씨(오른쪽)가 천연비누를 만들기 위해 각종 천연재료를 섞고 있다. 장소는 경기 고양시 덕양구 행신2동 주민자치센터 생활과학강의실. 고양=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바야흐로 천연비누 전성시대다.

인터넷에는 천연비누 완제품이나 재료를 파는 쇼핑몰이 넘쳐나고, 비누 만들기 고수들이 운영하는 블로그는 수십만 명의 누리꾼을 불러모은다.

천연비누의 가장 큰 장점은 공장에서 만든 비누보다 순하고 자극이 적다는 것이다. 피부 자극과 트러블을 일으키는 방부제나 인공경화제, 계면활성제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보습효과도 뛰어나다. 재료인 천연 오일 속 글리세린 성분 덕분. 천연물질이라 자연 상태에서 바로 분해돼 친환경적이기도 하다.

자신의 피부 타입이나 선호하는 향기를 고려한 맞춤형 비누를 쓸 수 있다는 것도 큰 매력이다. 여기에 피부질환 치료 효과까지 있다고 하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한 가지 흠이라면 다소 비싼 가격. 100g짜리 비누 하나가 보통 4000∼5000원 하고, 재료에 따라 1만 원이 넘는 것도 있다.

하지만 성급하게 좌절하지 말자. 천연비누는 원래 ‘핸드메이드’ 제품이기 때문이다. 경기 고양시의 송은자 씨(43·여)는 2008년 처음 천연비누를 접한 뒤 돈을 주고 비누와 샴푸를 산 적이 없다고 했다.

“피부 트러블 때문에 고생했는데 천연제품을 쓰고 난 뒤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우리 가족은 물론이고 부모님과 동생네 가족에게도 때가 되면 비누를 만들어 보냅니다.”

간단한 기구와 재료만 있으면 송 씨처럼 우리 가족이 쓸 비누를 직접 만들 수 있다. 몇 가지 주의사항만 꼭 지키자. 방법이 쉬워 여가활동으로도 추천할 만하다.

천연비누를 만드는 방법에는 크게 저온법과 녹여붓기법 2가지가 있다.

○ 저온법으로 맞춤형 비누 만들기

이달 초 경기 고양시 덕양구 행신2동 주민자치센터 3층 강의실. 매주 수요일 천연비누 만들기 강좌가 열리는 곳이다. 강의실이라고 해봐야 화이트보드 하나에 책상 여러 개를 붙여 마련한 탁자가 전부. 비누 만들기에 필요한 저울과 가열기기, 핸드블렌더 등은 전문 강사인 이유정 씨(41·여)가 집에서 쓰던 것을 가져왔다.

이날 과제는 여드름에 효과가 있는 저온법(CP·Cold Process) 비누 만들기였다. 저온법을 이용하면 자신의 피부 타입과 필요에 맞는 기능성 비누를 원하는 대로 만들어낼 수 있다. 주요 재료는 식물성 오일과 가성소다, 허브나 약초 등의 첨가물이다.

CP비누에 들어가는 오일은 각각 고유한 특성이 있다. 코코넛오일은 세정력이 강하고, 올리브오일은 보습효과, 님오일(neem oil·해충이 생기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님 나무의 종자에서 추출)은 살균력이 특징이다. 여드름 증상 개선을 원하는 사람은 호호바오일(북미 원산 식물인 호호바의 씨앗에서 짜냄)을 쓰면 좋다.

이 씨는 “액체왁스 성분이 많은 호호바오일은 항염 및 살균 효과가 뛰어나 여드름 균에 의한 염증 억제와 피지 조절에 좋다”고 설명했다. 가족 중 아토피로 고생하는 사람이 있다면 필수 지방산과 감마 리놀렌산이 많이 들어 있는 달맞이꽃종자오일이 효과적이다.

이런 오일에 약초나 향을 내는 허브(보통 추출액이나 분말 형태)를 넣으면 좋은 효과를 추가로 얻을 수 있다. 요약하자면, CP비누의 핵심은 천연제재 각각의 성질을 어우러지게 해 비누의 기능성을 증대하는 데 있다. 다만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반드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상자기사 참조). 일반 가정에서는 어린이들이 다치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다.

CP비누 만들기(8∼10개 분량)

① 대·중·소 3가지 크기의 용기(스테인리스)를 준비한다. 작은 용기에는 가성소다(85g)를 담고, 중간 크기 용기에는 정제수(200g)를 담는다. 정제수는 약국에서 살 수 있다. 일반 정수기 물을 사용해도 큰 무리는 없다.

② 큰 용기에는 오일 570g을 넣는다. 이날 강좌에서는 코코넛오일(160g) 팜오일(160g) 올리브오일(200g) 호호바오일(50g)을 함께 섞었다. 오일은 45∼55도 정도에서 섞는다. 그리고 해독력이 있는 어성초와 영풀(10g), 향을 내는 라벤더와 티트리(10mL) 등 첨가물들을 님오일(30g)에 녹인다. 여기까지가 준비 과정이다.

③ 가성소다를 정제수에 조금씩 부으면서 녹인다. 이때 절대 거꾸로(정제수를 가성소다에 부어) 작업을 해서는 안 된다. 갑작스러운 화학반응으로 폭발이 일어날 수도 있다. 유해가스도 발생하므로 환기가 잘되는 곳에서 마스크를 끼고 작업해야 한다. 긴 옷과 장갑도 필수다.

④ 화학반응으로 뜨거워진 가성소다 용액의 온도가 50도 안팎까지 떨어지면 이를 오일에 넣고 섞는다. 10∼15분 젓다 보면 비누용액이 점차 불투명하고 걸쭉해진다. 이 액을 조금 떠서 혼합액 표면에 떨어뜨렸을 때 약한 자국(트레이스)이 생길 때까지 젓는다.

⑤ 첨가물을 녹인 님오일을 넣고 다시 섞는다.

⑥ 완성된 비누용액은 보온을 위해 담요에 싼 채로 24시간 동안 굳힌다. 굳히는 틀은 우유팩이나 비닐팩을 써도 된다. 비누가 굳은 후 쓰기 좋은 크기로 자르고 4∼6주간 햇빛이 들지 않는 건조한 곳에서 숙성시킨다.

○ 손쉽고 안전한 MP비누 만들기

앞서 지적한 대로 저온법은 사용자 개개인에 맞는 친환경 비누를 만드는 데는 좋지만, 어린아이들과 함께 만들기에는 다소 위험할 수도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들과 비누 만들기를 함께하려면 녹여붓기법(MP·Melt & Pour)을 이용하는 게 좋다. 녹여붓기법에서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비누베이스를 중탕으로 녹인 뒤 원하는 오일과 각종 첨가물을 넣어 굳히기만 하면 된다. 그 때문에 초보자들이 선호한다.

CP비누가 ‘맞춤복’이라면 MP비누는 ‘기성복’에 가깝다. 그래도 허브오일이나 약초 분말 등 첨가물들로 내 몸에 맞도록 자유롭게 ‘튜닝’할 여지는 충분하다. CP비누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보습효과도 글리세린을 첨가하면 높아진다.

녹여붓기법은 위험한 가성소다를 직접 다루지 않아도 되고, 숙성기간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커다란 장점이다.

모든 취미가 그러하듯 비누 만들기도 초기 비용을 피해 갈 수는 없다. 저울과 가열기기, 핸드블렌더 등 간단한 기구들을 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것들이므로 일종의 ‘투자’라 생각하면 그리 큰 부담은 아니다. 각종 오일이나 첨가물 등 소모품들은 종류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서울 중구의 방산시장 같은 곳을 찾는다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천연재료를 판매하는 온라인쇼핑몰도 아주 많다.

이 씨는 “기구는 집에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하면 된다”며 “재료를 살 때는 원산지나 가격보다는 유통기한을 확인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유통기한은 재료에 따라 6개월∼2년으로 다양하다. 개인들은 소량씩만 사용하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충분히 남아 있는지를 확인하는 게 좋다. 또한 직접 만든 천연비누나 탈취제 등의 사용기간은 일반 제품에 비해 짧다는 사실도 꼭 기억해야 한다. 천연비누는 최대 1년 정도 보관하며 쓸 수 있다.  
▼ 비누 만들때 주의할 점 ▼
가성소다에 물붓기 금물… 아이와 함께 할 땐 ‘녹여붓기법’ 안전

가성소다(NaOH)는 강알칼리성 물질이다. 이것을 물에 녹인 게 ‘양잿물’이다. 양잿물은 피부에 닿았을 때 살을 녹일 만큼 위험하다. 가성소다(고체)나 가성소다 용액을 다룰 때는 반드시 장갑을 끼어야 한다.

가성소다는 물과 만날 때 격렬한 반응을 일으킨다. 심하면 폭발하기도 한다. 따라서 가성소다에 물을 붓는 일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용액을 만들 때는 반드시 일정량의 물을 먼저 준비한 뒤 가성소다를 조금씩 넣으면서 녹여야 한다.

가성소다는 물과 반응할 때 유독가스도 배출한다. 약사이자 천연화장품 파워블로거인 정선아 씨(37·여)는 “가성소다나 가성가리(KOH)를 다루는 작업은 환기가 잘되는 곳(가능하면 실외)에서 마스크와 긴 옷, 장갑을 착용하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파트의 경우 베란다에서 창문을 열어두고 작업하는 게 좋다. 가스레인지를 이용할 때는 반드시 배기후드를 켜놓아야 한다. 무엇보다 어린이의 손이 닿지 않는 환경에서 진행하는 게 좋다.

가성소다를 물에 녹이면 따로 가열하지 않더라도 온도가 일시적으로 80∼90도로 올라간다. 가성소다 용액과 미리 만들어둔 오일 믹스의 혼합은 용액의 온도가 50도 안팎까지 떨어진 후에 해야 한다. 이때는 가성소다 용액이 최대한 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따른 뒤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잘 저어야 비누 모양이 예쁘게 나온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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