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관객과 교감하는 독창적 안무 발군… 작품별 다른 단원 완성도엔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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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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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무용단 ‘수상한 파라다이스’
안무/연출 ★★★★ 출연진 기량 ★★★★ 무대미술 ★★★ 음악선곡 ★★

국립현대무용단의 첫 창작품 ‘수상한 파라다이스’는 홍승엽 예술감독 특유의 건조하면서 독창적인 안무가 돋보였다.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국립현대무용단의 첫 창작품 ‘수상한 파라다이스’는 홍승엽 예술감독 특유의 건조하면서 독창적인 안무가 돋보였다.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수상한 파라다이스’(5∼7일·예술의전당 토월극장)는 여러모로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 창단한 국립현대무용단의 첫 창작품이자 홍승엽 예술감독의 첫 안무였다. 비무장지대를 소재로 택했다는 점도 이채롭다. 홍승엽의 안무 방식은 추상적이고 건조하지만 몇몇 장면에서 강한 교감을 유도해 객석을 보듬는 매력을 지닌다. 이번 작품에서도 기존 대표작의 패턴을 보였다.

막이 오르면 출연진이 한 줄로 도열해 있다. 차차차 리듬이 강한 대중음악에 모두가 몸을 흔든다. 작품 설명에 의하면 ‘진혼’이다. 거슬릴 정도의 파격을 곱씹기도 전에 줄곧 정지자세를 지키던 한 남성이 무대에 남는다. 군데군데 포탄 흔적을 확대시킨 무대배경에 조명이 더해지며 본론에 진입함을 알린다. 몇몇 여자 출연진을 통해 고전적 라인과 균형을 강조하는 한편 상체의 짧은 수축을 반복하며 신체 일부를 다각도로 움직이는 홍승엽 고유의 춤 어휘를 연결한다. 누워 주먹치기나 물구나무 서기, 행진의 동작과 출연진이 다양한 방식의 목소리를 내는데 아름다운 현대무용의 범주를 넘지 않는다.

이 작품의 절정은 두 여자가 나와 장난하듯 돌 위에 작은 그림들을 놓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엎드린 한 남자 위에 널찍한 돌을 얹고 한국어와 영어로 구름, 새, 꽃 등을 외치며 전시할 때, 가운데 모인 군무가 각 단어에 해당하는 모방 춤으로 웃음을 유도한다. 빨간 상의를 입고 강한 존재임을 과시한 박상미의 유연한 솔로가 극적 영역을 빛냈다. 통나무처럼 경직된 동작, 요가 포즈를 변형시킨 새(鳥) 춤 등이 안무가의 탐구력을 돋보이게 했다.

그러나 무너졌던 벽이 다시 복원되면서 시작되는 후반부에선 처음의 호의적 공감대가 서서히 사라졌다. 특히 종결부에서는 동작 어휘가 소진된 듯 초반의 힘을 다시 끌어내지 못했다. 모두가 엎드린 위로 작은 꽃이 달린 돌덩이가 천장에서 내려오면 한 여인이 처음의 리듬에 춤을 추는 마무리다. 안무자는 비무장지대를 ‘민족의 업보’라 말했고 그 형상화에 성공적으로 접근했지만 동화 같은 여운을 남긴 것은 불만스러운 대목이다.

홍승엽의 작품은 매번 동작의 보물창고로 손색이 없다. 이 작품에서도 자랑할 만한 독창성이 많으나 작업 기간이 충분하지 못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드는 장면도 있다. 작품별로 단원을 새롭게 선발하면 꼼꼼한 안무자들에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적어도 특정 단원의 연속적인 선발이 가능해야 작품의 완성도가 유지된다. 장르 특성상 뛰어난 창작무용은 대부분 국립현대무용단을 통해 나올 것이 분명하고 당연하다. 이 단체가 멀리 돌거나 후진하지 않고 국제무대를 향해 곧장 뻗어가도록 힘을 모아야겠다.

문애령 무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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