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사의 만남’ 섬진강 시인 김용택-템플스테이 달인 일감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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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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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먼저 행복 보여야 아이도 행복… 山寺머물며 소중한 인연 깨치죠”

2일 전북 김제시 금산사의 ‘내비둬 콘서트’에 초대받은 김용택 시인과 일감 스님. 이들은 산사의 풍광을 배경으로 시와 종교, 행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제=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2일 전북 김제시 금산사의 ‘내비둬 콘서트’에 초대받은 김용택 시인과 일감 스님. 이들은 산사의 풍광을 배경으로 시와 종교, 행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제=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내비둬’는 내버려두란 거죠. 세상 살면서 정치, 사회, 종교 등 여러 이유로 너무 간섭을 받아요. 노는 ‘꼴’을 못 봐요. 쉬어야 잘할 수 있는데 그러면 ‘아주 오래 쉬고 싶냐’는 식으로 나오니….”(김용택 시인)

“한마디로 조∼금만 더 기다려 주고, 한번 밀어주자는 얘기죠. 불교적으로 말하면 있는 그대로 보자는 얘기죠.”(일감 스님)

2일 전북 김제시의 천년고찰 금산사에서 ‘섬진강 시인’으로 알려진 김 시인(63)과 ‘템플스테이의 달인’ 일감 스님(48)이 만났다. 김 시인은 금산사 템플스테이 행사 가운데 하나인 ‘내비둬 콘서트’의 게스트로 초대됐다. 그는 2008년까지 38년간 교직생활을 하면서 ‘섬진강’ ‘맑은 날’ 등의 시집과 자연, 동심을 다룬 여러 산문을 썼다. 금산사 템플스테이 수련원장인 일감 스님은 성철 스님의 손자 상좌로 2002년부터 3년간 멕시코 포교에 나서 현지에서 연등축제를 개최하고 직접 연출한 연극을 공연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2학년 학급만 26년을 가르쳤어요. 1학년은 너무 어리고, 3학년은 금세 (세상물정) 알아버려 2학년이 좋았어요. 그러다 보니 아버지에 이어 그 아들도 학생으로 만났죠.”(김 시인)

“아이들이 좋은 시를 쓰게 됐나 궁금합니다.”(스님)

“‘여름’이라는 시가 있어요. ‘이제/눈이 안 온다/여름이니까.’ 아이들의 마음이 정말 정직하죠? 물들지 않고 텅 비어 있어요.”(김 시인)

“이건 부처님 말씀인데요. 허허.”(스님)

시인은 아이들의 곁이 그리운 눈치였다. 섬진강변 전북 임실 작업실에 방문객이 많아 전주에서 집필하고 있는데 자신도 ‘내비둬’가 필요한 처지라며 웃었다. 현대적 의미에서 종교의 역할에 대한 대화도 나왔다.

“종교단체도 정화돼야죠.”(시인) “사실 템플스테이만 해도 불교 1700년사에서 볼 때 드문 기회죠. 개신교 신자들이 돈을 내고 머무르면서 절도 하고 법문도 듣습니다. 서울 한복판서 돈 주며 시키면 하겠습니까. 좋은 인연이니 우리 것을 잘 알려야죠.”(스님)

뉘엿뉘엿 저무는 해를 배경으로 보제루 뒤편 백일홍이 더욱 요염해질 무렵 콘서트가 시작됐다. ‘나는 뚱뚱했다. 몸무게는 100kg을 훌쩍 넘고 이대로 무너져야 하는가∼.’ 오프닝 무대에서 국악인 최재구 씨가 1년간 40kg 감량 경험을 살린 창작 판소리 ‘한 맺힌 다이어트’를 부르자 객석에서는 박장대소가 터졌다.

100여 명의 템플스테이 참가자는 ‘어떻게 하면 시를 잘 쓸 수 있는가’ ‘아이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등에 관심이 많았다.

“시요? 작법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사물과 세상을 보는 법을 볼 수 있도록 도와야죠. 아이들이 행복하려면 부모들이 집에서 ‘행복의 맛’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들이 나중에 스스로 행복을 찾아갑니다.”

시인과 스님의 토크쇼를 중심으로 퓨전밴드 ‘이창선 대금스타일’, 인디밴드 ‘노스탤지어’의 음악이 어우러졌다. 금산사 템플스테이는 5∼7일, 19∼21일 2박 3일의 일정으로 진행된다. 063-542-0048

김제=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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