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답으로 풀어보는 자녀독서교육 A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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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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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어릴 때 동화는 많이 읽었는데 초등 고학년부터 안 읽는데…
A: 그림 들어간 소설로 부담 줄여야

《대학입시에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된 이후 독서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관심이 더욱 커졌다. 대입 업무를 주관하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입학사정관이 평가하는 창의적 체험활동의 제1항목으로 독서활동을 제시했고 대부분 대학은 독서경험을 자기소개서 항목으로 반영한다. 어린 시절부터 어떤 책을 읽어왔는지가 학생의 적성과 흥미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자녀가 많은 책을 읽기를 바라는 것이 모든 부모의 마음이겠지만 어려서부터 화려한 영상과 게임에 노출된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는 일은 쉽지 않다. 학부모가 독서교육에서 겪는 어려움과 궁금증을 웅진씽크빅 이수빈 교육국장과 교원 올스토리 윤미영 편집장의 도움말로 풀어봤다.》

Q. 초등학교 고학년이 된 후 책을 잘 읽지 않는다.

A. 유아기를 거쳐 초등학생이 된 이후 독서량이 줄어드는 것은 많은 아이에게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교우관계가 확대되면서 놀이문화가 다양해지고 책보다 흥미를 끄는 일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공부에 도움이 되니까 책을 읽으라고 해서는 안 된다. 책 선택의 주도권을 아이에게 줘서 관심 있는 주제를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책을 읽은 뒤에 내용을 문답식으로 질문하면 아이가 검사받는다고 느낄 수 있어 좋지 않다. 새로 알게 된 내용이나 느낌을 주고받는다는 생각으로 대화하고 책 내용과 연관된 장소를 방문해 체험학습으로 연결하면 좋다.

어릴 때 읽던 책은 대부분 그림이 많은 동화책이라 쉽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주로 학교생활과 연관된 소설책을 갑자기 읽게 된다. 최근에는 소설 형식이지만 동화책처럼 그림이 많은 책이 나와 있다. 글 위주로 된 책을 읽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

Q. 만화로 된 책만 읽으려고 하면….

A. 만화는 역사나 한문에 관심을 갖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책을 읽는 능력을 저해할 수도 있다. 만화는 음식으로 치면 패스트푸드와 같다. 내용을 빨리 이해할 수는 있겠지만 차츰 긴 문장을 멀리할 수 있다.

이때는 부모의 합리적인 권위를 사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만화로 된 그리스신화를 보고 싶어 한다면 먼저 글로 된 책을 읽은 뒤 사도록 설득하는 식이다. 아이들이 쉽게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추리소설을 접하도록 권하는 것도 좋다.

Q. 책 읽는 속도가 너무 느릴 때는 어떻게 하나.

A. 동화책은 사용하는 어휘가 쉽고 문장도 단문 형태라 빨리 읽을 수 있다. 읽는 속도가 느리다는 것은 어휘력과 문장 이해력이 낮다는 의미다. 우선 아이를 잘 관찰해서 수준에 맞는 책을 읽게 하되 동시에 약간 수준이 높은 책을 함께 읽게 해야 한다. 특히 부모가 함께 책을 읽어주면 도움이 된다.

한글을 떼면 아이 스스로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해 책을 읽어주지 않는 부모가 많다. 하지만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책 읽어주기가 효과적이다. 언어 기능에서 읽기보다 듣기가 먼저 발달하므로 아이들은 들을 때 더 자연스럽게 내용을 받아들일 수 있다. 또 생활동화나 전래동화뿐만 아니라 과학과 사회 등 다양한 영역의 책을 접하도록 해야 많은 어휘를 습득할 수 있다.

Q. 독후감은 언제부터 쓰게 해야 하나.

A. 아이의 수준에 따라 다르다. 어려서부터 기록을 할 수 있다면 하는 것이 좋다. 글로 쓰는 독후감은 내용 베껴 쓰기와는 다르므로 초등학교에 들어간 이후에 하도록 권한다. 유아기부터 책을 읽고 내용을 부모와 함께 말해보거나 그림으로 그리는 습관을 들이면 나중에 독후감 쓰기에 도움이 된다.

Q. 책 읽기는 좋아하지만 감상문 쓰기는 싫어한다.

A. 감상문을 쓰라고 할 때 항상 자기 느낌을 쓰라고 강조하는데, 아이들은 자기 느낌을 쓰는 일을 어려워한다. 감상을 강요하지 말고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책 줄거리를 적고 주제를 적는 선에서 끝내야 한다.

감상문 쓰기를 싫어하는 아이일수록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책에서 아이가 재미있어한 내용을 중심으로 써보게 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주인공 이름이 재미있다면 이름으로 삼행시 지어보기를 한다거나 흥미로운 사건이 있었다면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식으로 구체적인 문제를 제시해야 한다.

새로운 지식을 알게 됐다면 백과사전이나 인터넷에서 관련 내용을 더 찾아 요약해보는 것도 좋다. 긴 글이나 기교를 부린 글을 요구하지 말고 이전보다 나아진 점을 찾아 칭찬하는 것이 글을 계속 쓰도록 하는 방법이다.

Q. 판타지 소설에 빠져 있다면….

A. 고교생은 독서 습관에 따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어릴 때부터 독서 습관을 길렀다면 입시 부담이 있어도 틈틈이 책을 읽는다. 하지만 이런 습관이 형성되지 않았다면 공부와 병행하기 어렵다.

고교 시절의 독서는 부모의 결단력도 필요하다. 학원에 가는 시간을 줄여도 책을 통해 더 많은 점을 얻는다고 생각한다면 고교 시절에도 독서를 꾸준히 할 수 있다. 시험과 무관하지 않은 한국소설을 읽으면 입시에도 도움이 된다.

특정 장르의 소설에 빠져 있는 학생은 대부분 “이런 책만 읽는 게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은 잘 안다”고 말한다. 그래도 읽는 이유는 재미있기 때문이다. 무조건 읽지 말라고 하기보다는 어떤 내용인지 부모가 함께 읽으며 파악해야 한다. 그런 뒤 절제하도록 권유하고 다른 종류의 책을 1권 읽으면 판타지 1권을 읽게 하는 식으로 보상을 해주면 효과적이다.

Q. 독서 이력 관리는 언제부터 해야 하나.

A. 입학사정관은 학생이 얼마나 많이 읽었는지보다는 어떻게 읽었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학생의 진로와 연관이 있는 책을 꾸준히 읽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짧은 기간에는 준비하기 어려우므로 어려서부터 해야 한다. 초등학교 이전에는 특정 목표를 정하기보다 다양한 영역의 책을 읽고 초등학교 이후에는 관심사에 따라 본격적으로 독서 이력을 쌓아가는 방식이 좋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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