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189>孟子曰 矢人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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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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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孫丑(공손추)·상’의 제7장은 ‘矢人函人(시인함인)’장이라 부른다. 矢人은 화살 만드는 사람, 函人은 갑옷 만드는 사람이다. 이때의 函은 甲, 즉 鎧(개, 갑옷)와 같다. 이 장에서 맹자는 화살 만드는 사람과 갑옷 만드는 사람의 예를 들어 기술을 선택할 때는 신중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하고, 사람으로서 올바르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仁의 행동을 선택하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豈不仁於函人哉는 ‘어찌 갑옷 만드는 사람보다 어질지 못하겠는가’라고 반문하는 어조를 지닌다. 於는 비교의 뜻을 나타낸다. 惟恐不傷人이란 화살 만드는 사람은 자기가 만든 화살이 약해서 사람을 상처 입히지 못할까 염려한다는 뜻이다. 惟恐傷人이란 갑옷 만드는 사람은 자기가 만든 갑옷이 약해서 적의 공격으로부터 사람을 지켜내지 못해 혹시라도 상처를 입게 만들지 않을까 염려한다는 뜻이다. ‘矢人惟恐不傷人’과 ‘函人惟恐傷人’은 서로 짝을 이루어 기술의 차이에 따라 마음 씀씀이가 아주 달라진다는 점을 드러낸다.

맹자가 화살 만드는 사람과 갑옷 만드는 사람을 예로 든 것은 기술이나 직업에 貴賤(귀천)이 있으므로 좋은 기술이나 직업을 선택하라고 말하고자 한 것이 결코 아니다. 맹자는 화살 만드는 사람이나 갑옷 만드는 사람이나 모두 인간으로서 본연의 어진 마음을 지니고 있지만, 화살 만드는 사람은 어떻게 하면 사람을 상하게 할 수 있을까 궁리하므로 본연의 마음과 배치되는 방향으로 나간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리고 이 비유를 통해 맹자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어진 마음을 지니고 있지만 간혹 어떤 사람은 어질지 못한 방향으로 나아가 평온한 마음을 유지할 수가 없게 되고 결국 인간다움을 상실하게 된다는 점을 경고한 것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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