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잇는 통로에 36m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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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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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 LIG손해보험 연수원
이상남 씨 대형작품 설치

건물과 건물을 잇는 유리 구조물에 자리 잡은 이상남 씨의 대작 회화 ‘풍경의 알고리듬 Ⅲ’.사천=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건물과 건물을 잇는 유리 구조물에 자리 잡은 이상남 씨의 대작 회화 ‘풍경의 알고리듬 Ⅲ’.사천=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사천대교와 남해갯벌이 한눈에 들어오는 거대한 유리튜브 같은 공간. 그 한쪽에 길이 36m, 폭 2.4m의 회화가 걸려 있다. 철로 만든 매끄러운 표면에 직선과 원 등 익숙한 형상이 리드미컬하게 변형과 반복을 거듭하며 배열된 작품. 기하학적 형상과 강렬한 원색의 조합이 짜릿한 긴장감과 유쾌한 기분을 전달한다.

완공을 앞둔 경남 사천시 LIG손해보험 사천연수원 사옥에 설치된 작가 이상남 씨(58)의 회화 ‘풍경의 알고리듬 Ⅲ’다. 2008년 제안을 받은 뒤 수백 번 스케치와 정교한 공정을 거쳐 3년여 만에 완성됐다. 지상 4m에 떠 있는 유리 구조물에 자리 잡은 인공적 풍경은 자연 풍광과 교감하며 시너지를 이끌어낸다.

“원래 교육동과 숙소를 잇는 기능성 공간인데 회사에서 항온항습과 조명 등을 갖추고 한 작가의 작품을 위한 전시공간으로 만들었다. 설계 때부터 의견을 듣고 작가의 자율성을 존중해주었다는 점에서 뿌듯했다.”

회화 속 수수께끼 같은 이미지는 일상을 넘어 또 다른 차원으로 들어가는 문처럼 느껴진다. 추상미학과 동양적 사유가 조화를 이룬 작품은 150kg 무게의 철판 18개로 구성됐다. 작가는 “경기도미술관의 46m 벽면작업에 이어 철과 전쟁을 치러야 했다”며 “오랜 연구와 장인적 노동을 결합해 여러 겹 물감을 올렸음에도 표면이 매끄러운 평면으로 이뤄진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아날로그와 디지털, 회화와 건축, 미술과 디자인 사이의 샛길을 묵묵히 탐구해온 작가. 이 작업을 통해 건축의 부속물처럼 전락된 회화를 독립적 존재로 부활시키겠다는 그의 옹근 자부심이 엿보였다.

“내 그림이 건물에 개입해 사람들이 매혹의 블랙홀로 빠져드는 경험을 할 수 있다면 만족한다. 그게 진정한 회화의 매력이자 특성이니까.”

사천=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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