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박상우의 그림 읽기]나, 하나의 의미

  • Array
  • 입력 2011년 5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삶의 노래-영혼, 조경주 포털아트 제공
삶의 노래-영혼, 조경주 포털아트 제공
실연의 슬픔을 견뎌내지 못한 젊은 여성이 짧은 메모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녀가 남긴 메모에는 “이제 세상에 남겨진 것은 나 하나밖에 없다. 더 이상 세상을 살 이유가 없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마지막 순간에 그녀가 느꼈을 외로움과 실연의 아픔이 어느 정도였는지 절절하게 다가옵니다. 세상에 나 하나만 남겨진 것 같은 절대고독의 순간, 그것을 이겨내지 못해 대부분의 자살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요컨대 ‘나, 하나’인 상태가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정신적 요체가 되는 것입니다.

세상 모든 사람은 ‘나’라는 1인칭 대명사의 주체입니다. 그래서 말을 할 때 ‘나’라는 주어를 앞세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합니다. 나는 하나이지만 다른 나, 다른 하나들과 소통하는 최초의 단위이자 최후의 단위입니다. 그러므로 ‘나, 하나’는 세상과의 소통이 시작되는 최소 단위인 동시에 우주로까지 확장될 수 있는 최대 단위입니다. 나는 다른 존재들과 소통함으로써 낱존재인 하나를 온존재인 하나로 완성합니다. 그것에 눈을 뜨면 세상만사의 시작과 끝을 인식하고 ‘나, 하나’ 때문에 목숨을 끊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않습니다.

사랑을 시작하기 전, 나는 하나의 점입니다. 다른 하나를 만나 사랑을 시작하니 하나와 하나가 연결되어 관계가 탄생합니다. 점과 점 사이에 거리가 존재하니 사랑의 감정으로 그것을 한시바삐 좁혀 둘은 하나가 되고자 합니다. 이윽고 하나가 되었다고 생각한 순간, 둘은 찰나적인 일체감을 경험하지만 그것은 항상 유지되지 않습니다. 그것이 안타까워 둘은 밀고 당기며 관계의 양상을 놓고 쟁투를 시작합니다. 끝없이 채우려 하고, 끝없이 소유하려 하고, 끝없이 길들이려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으니 무시하고 내치고 쟁투하다가 끝내 서로에게 등을 돌리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갑니다. 그래서 둘은 다시 ‘나, 하나’의 상태로 환원됩니다. 하지만 그것은 종말이 아니라 성숙한 다른 ‘나, 하나’가 탄생하는 신생의 순간입니다.

모든 존재는 하루하루 다시 태어나는 학습의 과정을 살아갑니다.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 모든 생명체는 새로운 상황, 새로운 과제 앞에 끝없이 노출됩니다. 하지만 그와 같은 학습과정을 통해 생명력은 더욱 숙성해지고 풍요로워집니다. 세상만사는 매 순간 변하지만 오직 한 가지 ‘나, 하나’만은 항상 제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죽는 날까지 변치 않고 나와 함께하는 유일무이한 동반은 오직 ‘나,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것을 바탕 삼지 않는 모든 나는 허상이고 망상이고 꾸밈일 뿐입니다.

부처님 입멸이 가까워질 때 제자 아난이 슬퍼하며 물었습니다. 부처님이 돌아가시면 제자들은 누구를 의지하며 사느냐고 울자 부처님이 조용히 그를 일깨웠습니다. “나를 의지하지 말라. 세상에 의지할 것은 오직 자신밖에 없다. 무엇에고 의지하던 사람은 의지처가 사라질 때 자신도 함께 무너지는 법. 자신을 참된 의지처로 삼고 자신을 등불 삼아 스스로 자신의 길을 비추도록 하여라.” 부처님의 말씀처럼 ‘나, 하나’를 등불 삼아 참된 성찰의 길을 가야겠습니다.

박상우 작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