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156>非其君不事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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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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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善養浩然之氣(선양호연지기·호연지기를 잘 기름)와 知言(지언·말을 앎)을 자신의 특장으로 삼았는데, 公孫丑(공손추)는 맹자를 두고 언어와 덕행을 兼全(겸전)한 성인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맹자는 공자도 성인을 자처하지 않았거늘 자신이 어찌 성인을 자처할 수 있겠느냐고 부인했다. 이번에 공손추는 맹자에게, 공자의 제자들 가운데 어떤 부류에 속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맹자는 ‘잠시 이 문제를 버려두라’고 했다. 그러자 공손추는 伯夷(백이)나 伊尹(이윤)과 비교하여 선생님은 어떤 위치에 놓이느냐고 물었다. 맹자는 백이와 이윤이 행동양식에서 서로 다른 길로 나아갔다고 하고, 우선 백이에 대해 위와 같이 평가했다.

백이는 孤竹國(고죽국) 군주의 장남인데, 부친이 아우 叔齊(숙제)에게 왕위를 물려주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부친이 죽은 후 숙제는 백이에게 왕위를 양보했으나, 백이는 부친의 명을 어길 수 없다고 해서 出奔(출분·도망하여 달아남)했다. 숙제도 백이의 뒤를 쫓았으므로, 고죽국에서는 다른 아우를 왕으로 삼았다. 백이 형제는 뒷날 주나라 文王(문왕)으로 불리는 西伯(서백) 昌(창)의 곳으로 갔으나, 서백 창은 죽은 뒤였고 아들 武王(무왕)이 즉위해 있었다. 당시 천하는 포악한 은나라 紂王(주왕)이 지배하고 있었다. 주나라 무왕은 문왕의 위패를 손에 잡고 제후를 인솔하여 주왕을 토벌하려고 했다. 백이 형제는 무왕의 말고삐를 붙잡고, “은나라 신하의 신분으로서 군주를 죽이는 것은 공공의 도리에 위배됩니다”라고 간언했다. 무왕이 끝내 주왕을 토벌하자, 백이 형제는 주나라 곡식을 먹는 것조차 깨끗하지 않다고 여겨 수양산에서 고사리로 연명하다가 마침내 굶어죽고 말았다.

非其君不事는 그 온당한 군주가 아니면 섬기지 않았다는 말로, 이때의 其는 ‘온당한’이란 뜻이다. 非其民의 其도 같다. 治則進은 세상이 잘 다스려지면 벼슬길에 나아간다는 뜻, 亂則退는 세상이 어지러우면 벼슬길에서 물러난다는 뜻이다. 백이는 進退(진퇴·벼슬길에 나아가고 벼슬길에서 물러남)에서 淸(청·맑음)의 원리를 지킨 분이다. 하지만 맹자는 그의 행동양식을 온전하다고 보지는 않았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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